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2차회의가 1월 22일과 23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트럼프 러브콜에 침묵 이어가
이처럼 정례 예산 처리와 사법 기관 명칭 변경 등 행정적 조치만 주로 이뤄졌을 뿐 가장 주목됐던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대미 메시지는 없었다. 앞서 북한이 지난해 말 일찌감치 트럼프 취임식 직후로 최고인민회의를 예고했을 때는 대미 메시지 발신을 고려해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일단은 말을 아끼며 상황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이번 회의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하고, 주한미군에게 "김정은은 잘 지내냐"고 묻는 등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다시 연락하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I will)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는 트럼프가 취임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곧 협상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여러 참가국(various other participating countries)에게 관세와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기서 '다른 여러 참가국'에는 특수부대 1만여명을 격전지 쿠르스크에 보낸 북한도 충분히 해당될 수 있다. 트럼프의 종전 로드맵에서 북한은 이미 처리해야 할 상수가 된 셈이다. 트럼프와의 재담판과 푸틴으로부터 반대급부 수령 등을 모두 바라는 김정은으로서는 난감해진 상황일 수 있다.
'두 국가론' 언급 없어…"남측 정세 고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을 의식해 두 국가론을 헌법에 못 박는 문제에 있어선 보다 신중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국면에서 헌법 개정 카드를 꺼내면 자칫 한국 여론에서 북한 이슈가 부정적으로 부각돼 프레임 전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세에 미치는 파급력과 민감도를 고려해 시기를 미루거나 사실상 유야무야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내 매체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변론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초췌한 모습으로 호송차에 실려 끌려갔다", "제놈이 저지른 망동을 정당화해보려고 횡설수설했다"고 조롱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7일에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며 윤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이틀 만에 외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다. 다만 이날 보도는 사실관계 위주였던 당시 보도와는 온도 차가 있어보인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계속하고 있지만,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 등은 상시 기습발사가 가능한 상태"라며 "과거엔 설날 당일 도발한 사례가 없지만, 최근에는 연휴와 무관하게 필요에 따라 선택적 기습 도발을 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전에서 다수 사상자 및 포로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와 추가파병 준비를 가속화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