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자, 자연사 아니었다…1년만에 밝혀진 죽음 내막

2013년 11월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3년 11월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이 자연사가 아닌 조력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카너먼은 지난해 3월 27일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구체적인 사망 사유와 병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사망 약 1년만인 지난 14일(현지시간) 고인의 오랜 지인인 제이슨 츠바이크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WSJ 기고문에서 고인이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지원 시설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츠바이크는 "카너먼은 죽음을 선택했을 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이 양호했다"며 "가까운 친구와 가족 중 일부는 여전히 그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츠바이크에 따르면 카너먼은 평소 "나는 매몰비용(이미 발생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90세가 되던 지난해 3월 5일 평소와 다름없이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다만 카너먼은 혈관성 치매를 앓았던 그의 아내가 지난 2018년 뇌졸중으로 사망한 후 매우 괴로워했다고 전해졌다. 사망하기 수년 전에는 카너먼의 모친도 인지 기능 저하로 사망했다. 


지난 2024년 3월 27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AP=연합뉴스

지난 2024년 3월 27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AP=연합뉴스

카너먼은 지난해 3월 중순 가족들과 함께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 후 같은 달 22일 가까운 지인들에게 e메일로 작별 인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 "나는 10대 시절부터 인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의 고통과 수모는 불필요한 것으로 믿어왔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카너먼은 사망 후 며칠 간은 사망 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츠바이크는 "카너먼이 스위스로 가기 몇주 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이들이 결정을 미루라고 설득했지만 카너먼은 동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카너먼은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를 지냈다. 두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비합리성과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카너먼은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는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2년엔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하는 '전망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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