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비핵화’로 표현했으나 이는 위협 감소를 위해 전략 핵무기를 상호 감축하는 핵 군축(nuclear disarmament)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는 핵능력 자체를 없애는 것으로, 핵무기와 관련해 배타적 권한을 행사하는 NPT상 합법적 핵보유국들이 스스로 핵을 내려놓는 상황 자체를 상정하기 어렵다. 트럼프 스스로도 이를 “핵을 줄이는 방안(cutting way back on nuclear)”으로 부연했다.
이는 트럼프의 인식 속에 핵무기나 핵 확산과 관련된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다소 편의적으로 생각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는 그의 이런 생각이 곧 북한 비핵화 협상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앞서 트럼프는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했다. 이는 한국어로는 똑같은 핵보유국으로 번역되지만, NPT 체제상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북한에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이는 역내 ‘핵 도미노’ 등 NPT 체제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 대북 정책 리뷰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초기에 미 측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확실한 정보와 목표를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탄핵 국면에서 여러 외교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각급에서 트럼프의 외교안보라인을 집중 공략해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뜻한다”(2018년 6월 13일 미 ABC 방송 인터뷰)고 밝혔다. 스스로도 비핵화에 대해 이 같은 인식을 표방했다는 점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