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발견"

201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항공기 오른쪽 엔진에 불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201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항공기 오른쪽 엔진에 불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179명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당초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해 한쪽 엔진에 불이 붙었던 걸로 알려졌는데 조사 결과 양쪽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 깃털이 발견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 사고 조사 위원회(사조위)는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25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에게 향후 조사 계획 등을 설명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과 교신해 착륙 허가를 받았다. 오전 8시 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조종사들은 오전 8시 58분 11초에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여기까지는 여객기 블랙박스에 기록됐다.

하지만 약 40초 이후부턴 음성 녹음(CVR)과 비행기록 장치(FDR)이 동시 중단됐다. 착륙 조종 중이던 조종사들은 다시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고 8시 58분 56초 관제탑에 비상선언 '메이데이'를 실시했다. 메이데이 시각은 블랙박스가 남아 있지 않아 추정으로 계산된 시각이다. 조류 충돌 직후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며 블랙박스 저장이 멈췄고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여객기는 약 4분 동안 선회 비행을 하다 활주로에 접근했는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여객기 양쪽 엔진에선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가창오리는 겨울 철새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해 한국 등에서 겨울을 난다. 사고조사위는 공항 감시 카메라에 여객기가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많은 수의 새떼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되지만 가창오리 외에 다른 조류도 충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연합뉴스

 
사고조사위는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유력한 새떼와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전문적인 분석을 할 예정이다. 양쪽 엔진에서 새떼 충돌 정황이 파악됨에 따라 항공 전문가들은 엔진 외에 보조 동력 장치 'APU'도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째인 오는 27일까지 지금껏 파악된 사실관계가 담긴 '예비보고서'를 국제민간항공기구와 미국, 프랑스 등 관계국에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