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 싱가포르 선임장관이 지난해 11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천지닝(陳吉寧·61) 당서기를 만난 뒤에 한 말이다. 천지닝을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공인한다는 뉘앙스였다.
리 선임장관은 가장 젊은 천 서기와 만남을 위해 쑤저우에서 베이징을 거쳐 다시 상하이를 찾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2년 뒤인 2027년 중국공산당 21차 당대회에서 예상되는 리더십 개편까지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닝은 지난 한 해 세계 정·재계 VIP 68명을 만났다. 중앙일보가 상하이 당 기관지 해방일보의 천 서기 동정 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 2일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글로벌 정치인 22명, 다국적 기업 총수 46명과 회담을 가졌다.
경제인 명단은 더욱 화려하다. 지난해 1월 10일 컴 켈러허 스위스 UBS 의장을 시작으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3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CEO(4월), 나이키(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 겸 아람코 회장(7월), 메르세데스 벤츠 CEO(9월), 푸르덴셜, 노바티스 회장(9월), 몽클레어 회장(10월), 월마트 CEO(10월), 제너럴일렉트릭스(GE) 헬스케어 CEO(11월), 폭스바겐 회장(11월) 등 금융·자동차·제약·부동산 등 세계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천 서기를 만나 중국 사업을 협의했다.
천 서기가 접견한 외빈 명단은 같은 정치국위원이 다스리는 베이징·광둥·충칭·톈진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천지닝의 독주에 덩위원 미국 시사평론가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보다 상하이에 더 중요한 정치적 지위를 부여했을 수 있다”며 “천지닝은 향후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둘째, 상하이 당 서기가 갖는 정치적 프리미엄이다. 상하이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서는 디딤돌로 평가받는다. 역대 총서기나 총리 중 장쩌민·주룽지·시진핑·리창이 모두 상하이 서기를 거쳤다. 2006년 후진타오 주석과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천량위를 제외하고 예외는 없었다.
셋째,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하이의 위상이다. 반대로 보면 대망론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 총수와 천지닝의 잦은 만남은 다국적 기업의 중국 본사가 상하이에 있다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천지닝이 차기 상무위원 앞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대망론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천 서기가 지난해 접견한 외빈 명단에 한국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접견 인물 68명 중 절반이 넘는 38명이 유럽 출신이었다. 미·중 사이에서 유럽을 견인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권은 10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물론 일본도 없다. 양 연구위원은 “천지닝 측의 의도적 배제 여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차세대 정치인과 네트워킹을 등한시하는 한국 정치·경제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