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의 CU 편의점을 방문한 한 여성은 불닭볶음면 치즈 맛을 조리해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너무 매워 혀가 탈 뻔했다”면서도 “독특한데 맛있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내 24곳의 CU 점포에는 즉석 라면 조리기가 50대 이상 있다. CU 관계자는 “한국의 ‘한강 라면’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라면 조리기를 도입했다”라며 “기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 형태로 라면을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즉석 조리기 도입 이후부턴 끓여 먹는 라면 문화가 빠르게 퍼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CU 편의점에서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라면에 넣어 먹는 멜트 치즈 슬라이스(2위)와 라면 그릇인 일회용 호일 용기 2종(각 5, 7위) 등 즉석 라면 관련 상품일 정도다.
CU는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몽골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점포 623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이 3개국 편의점의 라면 매출 순위를 봤더니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 1~10위에는 불닭볶음면 시리즈 4개가 포함됐다. 다만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같은 극한의 매운맛보다 불닭볶음면 크림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같은 비교적 순한 라면이 상위에 올랐다. 유목 문화 영향으로 고기 중심의 담백한 맛을 즐겨 먹는 이들의 입맛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치즈나 크림을 넣어 매운맛을 중화시킨 제품들이 인기 품목으로 나타났다”라며 “진라면도 매운맛보다 순한맛 판매가 더 많다”고 전했다. 현지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운맛을 덜어내기 위해 불닭볶음면에 물을 넉넉히 부어 국물 라면 형태로 먹거나, 볶음면을 물로 한번 헹군 뒤 먹는 현지인들이 많다고 한다. CU는 이런 입맛을 고려해 매장 내 매운맛과 순한맛 라면 진열 비율을 7대 3으로 맞추고 있다. 이 비율이 9대 1인 한국 편의점과 다른, 현지 맞춤형 전략이다.
‘육식의 나라’ 몽골에선 이런 특성이 라면 매출 순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유학이나 취업 등으로 한국 거주 경험이 있는 몽골인들이 늘면서 K라면 대표 격인 신라면, 김치라면 등이 1, 2위에 올랐지만 사골 국물 라면이나 양고기 볶음면, 쇠고기 라면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고기 라면도 톱 10위 안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