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투톱 권영세·권성동 내일 尹 면회…"지도부 아닌 개인 자격"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투 톱이 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한다. 나경원 의원도 개인 자격으로 동행한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이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을 접견했지만,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면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권 일각에선 “지도부가 가는 게 과연 옳으냐,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찾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권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면회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내일 오전 11시 접견이 예정돼있다”며 “권 위원장이 ‘대학 시절부터 선후배로, 그 이후 검사 생활에서도 깊은 인간관계가 있어 같이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함께 신청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별도로 신청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는 거지, 지도부 차원이 아니다”며 “탄핵 심판이라든지 또 형사 재판과 관련해 (지도부가) 논의할 사항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 이전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며 “친구가 어려울 때 격려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면회를) 재고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1960년생 동갑내기로, 윤 대통령의 외가가 권 원내대표의 고향인 강원도 강릉이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관계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중순 국민의힘의 의원총회에서 자체 특검법 발의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 이전에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이라며 20여 초간 말을 못 잇기도 했다.

집권 여당의 투 톱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윤 대통령을 면회하면서도 ‘개인 자격’을 내세우는 건 현재 국민의힘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12ㆍ3 비상계엄과 이어지는 탄핵 심판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마냥 거리를 두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껴안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핵심 지지층을 달래면서 중도층에도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입법 독재와 국정 마비, 일방적인 예산 삭감 등으로 비상계엄의 원인을 민주당이 제공한 부분을 국민들, 특히 2030 청년 세대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심과 국민이 참 두렵다는 걸 늘 새기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투 톱의 윤 대통령 면회 계획이 알려지자 당에선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지도부의 일원인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에 ‘개인적 차원’이라 변명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비칠 것이고, 무책임해 보인다.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