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8)은 요즘 싱글벙글 웃는다. 겨우내 개인훈련을 잘한 덕에 몸 상태가 아주 좋다.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후배들도 최고참 에이스를 미소 짓게 한다. 최근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류현진은 "이번 캠프의 첫 번째 마음가짐은 '책임감'인 것 같다"며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나와 (동기생) 이재원, 주장 채은성 등 베테랑들이 '으쌰으쌰' 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한화의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지난해 이맘때쯤 소속팀이 없었다. 아직 한화와 계약하기 전이라 서울에서 실내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올해는 다르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호주의 태양 아래서 순조롭게 새 시즌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첫 불펜 피칭까지 무사히 마쳤다. 처음이라 전력투구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2월 23일 45개)보다 23일이나 페이스가 빨랐다.
류현진은 "투구 수는 총 30개였고, 직구 위주로 던졌다. 제구와 투구 밸런스가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일찍부터 야외에서 계속 훈련하니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올해 바뀐) 새 유니폼을 입고 처음 불펜 피칭을 해서 기분도 새로웠다"고 했다. 그의 투구를 지켜본 한화 관계자들의 반응도 같았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첫 피칭인데도 역시 투구 감각이 남달랐다. 류현진에게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라며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몸이) 준비가 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손혁 한화 단장도 "역시 류현진이다. 투구 폼과 밸런스가 정말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화의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명실상부한 한화의 '기둥'이다. 2012년까지 7년간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11년 만에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8년 총액 170억원에 사인해 44세까지 한화 마운드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복귀 첫해인 지난 시즌 성적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팀 내 최다 이닝(158과 3분의 1이닝)과 최다승,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그 정도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KBO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에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를 겪었고, 빗맞은 안타를 잇달아 내주다 대량 실점하는 경기도 가끔 나왔다. 무엇보다 한화는 정규시즌을 8위로 마쳐 또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의 우승'을 목표로 한국에 돌아온 류현진은 그 아쉬움을 마음 깊이 간직한 채 새해를 맞았다.
한화의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2025년은 류현진에게 진정한 '새 출발'의 원년이나 다름없다. 한화가 창단 때부터 홈으로 써온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을 떠나 신축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기에 더 그렇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풀타임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도 올해가 13년 만이다.
그사이 팀 내 최선참이 된 그는 요즘 에이스 외에 '정신적 리더' 역할까지 동시에 해내느라 분주하다. 캠프 시작 후 첫 휴식일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팀에 합류한 투수 엄상백과 내야수 심우준을 환영하는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류현진을 필두로 한 한화의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함께해 팀워크를 다졌다.
훈련장에선 문동주·김서현·조동욱·정우주·권민규 등 한화의 '미래'가 될 투수들에게 든든한 롤 모델 역할을 한다. 류현진은 "후배들에게는 최대한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며 "다만 한눈에도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주거나 안일한 플레이를 하면, 그때만 따끔하게 지적해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의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한창인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마운드에서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잘 해내는 거다. 류현진은 "올해는 30경기 선발 등판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했다. "30경기에 나가면 이닝 수나 승 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 선발 투수 몫을 해내는 것에만 신경 쓰고 싶다"는 의미다.
그리고 또 하나,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는 올해 구단·선수·팬 모두의 염원인 '가을 야구'를 향해 달린다. 팀의 목표이자 류현진의 꿈이다. 그는 "일단 3위를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 물론 그보다 더 잘하면 더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