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에 ‘태클’ 예고한 이복현…금융위는 ‘당혹’

우리금융그룹이 추진하는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놓고 금융당국 간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인수·합병(M&A) 심사에 앞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새로 매기겠다고 밝혔다. 인수 승인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5일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밝힌 것에 대해 “어떤 내용도 사전에 공유 받지 못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우리도 파악 중인데, 아직 등급이 나온 것이 아니라서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부실한 내부 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면서 “2월 중에라도 금융위에 저희 의견을 통보할 수 있어야 금융위에서 3월 중에 판단할 수 있게 되는데, 제재 절차와는 별도로 분리해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도출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우리금융의 동양생명ㆍABL생명보험 인수에 ‘태클’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새로운 금융사를 편입할 때는 경영실태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2등급 미만이면 금융지주사의 새 회사 인수가 제한된다. 다만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를 한 경우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인수를 허용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아 보험사 인수에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부당대출 의혹으로 금감원 정기검사를 다시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검사 결과를 반영한 새 등급을 내 보험사 인수 심사에 적용하기 했다.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하향 조정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좌절되면 적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 1년이 걸리는 경영실태평가를 금감원이 보험사 인수 심사에 적용하기 위해 약 2달 만에 도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졸속 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보험사 인수를 좌절시키기 위해 금감원이 ‘표적 등급’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험사 인수 여부를 최종 승인하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보다 아래로 떨어져도 금융위가 다른 제반 여건을 고려해 보험사 인수를 승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본금 확충 등 까다로운 부대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무작정 승인해주기엔 그만큼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등급 하향 조정에 따라 보험사 인수를 막으면 후폭풍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상 금융사의 의견까지 청취한 다음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급하게 등급을 내고, 인수·합병까지 막으면 당연히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융위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도출 과정에서 금융위와 견해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도출 과정을 일단 지켜봐야 하지만, 평가가 법과 원칙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지켜져야 한다”면서 “금감원의 결정이 어느 정도 나오면 이와 관련해 소통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