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스1·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답보하자, 비명계 잠룡들이 이 대표에게 포용을 요구하며 ‘빅텐트 연합’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판결 결과에 따라 대선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대안 주자’ 자신의 영역을 미리 넓혀놓겠다는 계산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그동안 생명력은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이라며 “그런 것들이 회복되면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니까 그다음 그림(대선)을 그리기가 쉽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한국 정치사의 경험은 항상 더 많은 세력과 손을 잡은 측이 이겼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탄핵의 강을 걷어내는 세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연합을 이룰 때 정말로 대한민국을 다시 탄생시킬 수 있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포함하는 연합이냐는 질문엔 “개인을 거론하는 건 곤란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광범위한 촛불 연합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 제출에 대해선 “이 대표가 과거에 어려울 때도 보니 법원을 믿고 국민을 믿었을 때 이 대표에게 좋은 결과가 왔다”며 “법원을 믿고 국민을 믿고 가는 게 제일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전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 3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뉴스1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똘똘 뭉치면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는 당원이나 지지자가 반드시 생긴다”며 “떨어져 나간 당원이나 지지자를 선거 시기에 끌어안지 않고는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끌어안는 방법에 대해선 “민주당이 품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제가 이 대표께 포용과 통합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부탁을 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31일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고 한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자동 탈당 처리됐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시점에 복당을 신청했다는 것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것을 대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경기지사는 MBN 유튜브 방송에 나와 ‘이재명표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에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250조 1항과 관련해 위헌을 주장하며 위헌심판 제청 신청서를 냈다. 뉴스1
비명계 연대 움직임도 분주하다. 초일회는 오는 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난다. 초일회는 대표적인 비명계 원외 모임으로 박광온·박용진·강병원·송갑석·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초일회는 김동연 지사도 연사로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양기대 전 의원은 자체적으로 이달 중순 출범을 목표로 비명계 인사를 묶을 ‘희망과 대안’이라는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도 다음 주 회동할 예정이다. 비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각각 움직이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기 전인 이달 말쯤 되면 뭔가 그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