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그린 미국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밝힌 ‘미국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ㆍ개발 구상’에 대해 “이름만 다른 인종 청소”라고 맹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린 의원은 “인종 청소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저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 의원은 과거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가자지구 개발 구상이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영토와 국가를 갖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근간으로 하는 중동 질서를 뒤흔들었다는 국내외 비판 속에 큰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장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 후 16일 만에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론이 나오는 등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민주당이 탄핵안을 내더라도 하원과 상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과반수 찬성,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통과된다.
미 민주당 “인종 청소의 다른 이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인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 행사 위원회’ 개막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구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가자지구 해결책 모색 과정에서 문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의 인종 청소도 방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가자 주민 이주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자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모두가 그것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후속 질문에는 “적절한 때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개발 구상과 관련된 질문이 집중됐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이들이 풀 수 없다고 주장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 있는 리더”라고 엄호했다.
백악관 “대통령, 군 파병 약속한 적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서 “필요하다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낼 수 있다”며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었다.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 재건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그렇다고 가자에 (미군) 군화가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가자지구 재건 및 그곳 사람들의 임시 이주를 약속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가자 주민 제3지역 영구 이주론’과는 달라진 뉘앙스다.
월츠 “마음에 안 들면 중동서 대안 낼 것”
월츠 보좌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동 지역 전체가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대통령 아이디어가 어떤 식으로든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를 사실상 미국이 ‘접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새로운 미국 제국주의”(영국 이코노미스트)라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파장이 커지자 수습을 시도한 것이다. 월츠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구상이 두 국가 해법의 종료를 의미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도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의 종언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와 살 수 있도록 미국이 개입해 잔해를 치우고 파괴된 것과 불발탄을 치우겠다는 미국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적대적인 조치로 의도된 게 아니라 매우 관대한 조치이자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생각을 몰랐다가 전날 기자회견 발표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대통령 아이디어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은 월츠 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정도였으며 트럼프 행정부 인사 상당수는 전날 회견 내용을 접하고 깜작 놀랐다고 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자 해법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면서 다만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군을 파병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