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김진표 “대선 출마자, 개헌약속 압력행사해야”…與 개헌특위 첫발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1.23.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1.23.

 
범여권의 개헌 논의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개헌특별위원회가 6일 첫 발을 내딛었고, 주요 대선 주자의 개헌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개헌특별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은 특위 구성을 다음주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특위에서 우리 안을 만들어서 시민사회와 일부 야당, 헌정회 원로들과 이야기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주재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선 원로들이 “다음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을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것이 안 되면 결국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헌법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을 위한 연구를 많이 해서 (개헌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문제가 아니다”며 “정치권에서 결심하면 된다”고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정대철 헌정회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2.6/뉴스1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정대철 헌정회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2.6/뉴스1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개헌을 가능하게 하려면 여·야·정이 만나 힘을 모아야 한다”며 “탄핵이 누구 책임인지를 떠나 여·야·정 협의체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개헌도 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여소야대가 되면 식물 대통령이 되거나 제왕적 대통령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극은 여소야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하겠다고 하다가 대한민국이라는 기관차를 전복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각론에선 참석자 의견이 갈렸다. 김 전 위원장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함께 책임지는 독일식 내각제”를 주장한 반면, 김 전 의장은 “현실적으로 한 번에 내각제로 가는 건 실현 불가능하다. 이번 대선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다음 대통령 임기 내 다시 한 번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응천 전 의원은 “개헌과 함께 선거법·정당법·국회법 개정도 해서 제왕적 당 대표의 전횡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여권 주요 정치인의 개헌 구상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연다. 오 시장은 중앙 권력을 지방으로 대거 이양하는 ‘권력 분산형 개헌’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개헌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조만간 개헌 구상을 밝힌다. 홍 시장 주변에선 ‘좌우 극단 갈등 종식에 방점을 둔 4년 중임제’가 홍 시장의 개헌 핵심 골자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홍 시장은 23대 총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들끓기 시작한 여권과 달리 야권은 아직까지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다. 지난달 23일 개헌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고 답하는 등 핵심 현안에서 밀린 상황이다.

실제 6일 토론회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 대표에게 만나자고 했는데 만나주지 않아서 전화로 얘기했다”며 “(이 대표가) ‘시간이 너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해 ‘단시간 내에 원포인트로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호영 부의장도 “개헌 내용도 중요하지만 개헌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헌정회를 비롯해 야당도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며 “우리 (개헌)안을 만들어서 시민사회, 일부 야당, 헌정회 원로와 얘기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비명계에선 “다음 정부 출범 전 계엄을 방지할 수 있는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주장이 나온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이 개헌의 가장 적기”라며 “이 대표가 결단할 경우 조기 대선이 있다면 (개헌을) 국민투표까지 부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