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근무 줄여 주4일제 가야" [교섭단체 연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고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주4일제 도입도 주장했다. 국민소환제 제안 때 여당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이 대표는 "방해하지않으면 더 빨리 할 것"이라고 대응하는 등 잠시 소란도 있었다. 이 대표의 노동시간 관련 언급 때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희망을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회복과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나눠야 한다. 이런 '공정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특히 이 대표는 "경제를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며, 민생을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라며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해야 한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라며 정부에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를 살릴 응급처방은 추경"이라며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보상, 지역화폐 지원이 필요하고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등 국민안전 예산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공주택과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위한 추가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주 4일 근무 국가'를 제시하면서 정년연장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AI(인공지능)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2022년 기준 OECD국가 중 장시간노동 5위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한 달 이상(149시간) 더 일한다”며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로 상징되는 첨단기술시대는 전통적인 노동 개념과 복지 시스템을 근본에서 뒤바꿀 것"이라며 "AI와 신기술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대신, 노동의 역할과 몫의 축소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특별법 '주52 시간 예외' 적용 등을 의식한 듯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진심은 뭔가”, “고용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 대표가 반도체 52시간제 예외문제에 대해 기업 측 요구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가, 다시 반도체특별법에서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잠깐만 기다려라. 품격을 지키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AI 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정년 연장’도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화와 신뢰축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노동유연성 확대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의 밀어내기가 겹쳐 한국 주력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이 위기를 맞았다"며 "이들 산업은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서산, 당진 등 지역경제의 주축이라 관련 기업이 폐업하면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지역 긴급 지원을 위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를 제안했다. 

'한국형 마더 팩토리' 전략도 제안했다. '마더 팩토리'란 제조사가 보유한 글로벌 생산기지 중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공장이다. 

이 대표는 "마더 팩토리를 거점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산학협력 등 혁신생태계를 조성하자"며 "특정 대기업에 대한 단순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자"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연금개혁에 대해선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힘이 모수 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 개혁부터 매듭짓자”고 했다.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반대 집회 등과 관련해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통령의 친위군사쿠데타’가 현실이 됐다”며 “세계가 인정하던 민주주의, 경제, 문화, 국방 강국의 위상은 무너지고 일순간에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큰 상처는 언제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극단주의’ 가 광범하게 배태(胚胎)되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헌법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폭력이 난무한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파괴 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주 공화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불법 계엄에 연루된 고위 장성들에서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불법 계엄 관여로 국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 한다"면서도 "어이없는 군사쿠데타에 일부 고위 장성의 참여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국군장병을 믿고 사랑한다"라며 "국민과 국회가 계엄을 신속하게 막은 것도 대통령의 불법 명령에 사실상 항명하며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한 계엄군 장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군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하고,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면 안 된다"며 "불법 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불법 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 포상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민소환제(선출직 공직자 부당행위 시 국민 투표로 해임)는 이 대표가 19·20대 대통령선거 출마 당시에도 자주 언급했던 공약이다. 이 대표는 2017년 성남시장으로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에도 "국민소환, 국민투표제 등 직접 민주주의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국민소환제 발언 때도 이 대표의 노동시간 관련 언급 때 처럼 ‘즉석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고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잠시 소란이 일었다. 여당석에선 "자살골!"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라" "불체포 특권 포기는 어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대표는 야당의원들에겐 "민주당 의원님들 무슨 말씀인지 들어달라"고 하고, 국민의힘을 향해선 "말씀하세요"라며 대응했다. 이어 "방해하지않으면 더빨리 할 것"이라며 "그만합시다. 내일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 때 우린 조용히 들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도 보고있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의원들을 향해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의원들을 향해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부과 행보와 관련해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 중"이라며 "시계제로 상황이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만큼, 정치가 앞장서 통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제안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관련해선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첨단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자산"이라며 "민주주의를 공동가치로 하는 한미동맹은 친위군사쿠데타라는 국가적 혼란 앞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의 노력에 변함없는 신뢰와 연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진영의 도움으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성장발전해 온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따른 남북관계 파탄과 북러밀착으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사라진 대화 속에 평화는 요원해졌다"며 "어느 때보다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북핵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한편,소통창구는 열고 대화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북측에 대화복귀를 촉구하고, 북미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연설 말미에 "지금부터 시작될 ‘회복과 성장’은 사라진 꿈과 희망을 복원하는 ‘제2의 산업화’가 될 것"이라며 "좌절과 절망을 딛고 대한국민과 함께 다시 일어나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며 이날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