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맞을래" 독감 비급여 주사 5년새 5배 늘었다

독감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병원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독감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병원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비급여 독감 치료 주사 진료비가 5년새 5배로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내용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2023년 전국 병ㆍ의원의 독감 관련 검사와 치료주사 비급여 진료비는 각각 2350억 원과 3103억 원으로 나타났다.  

독감 진료건수는 2018년 733만건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3만건(2021년)까지 급감했고, 2023년 865만건으로 이전 보다 100만건 이상 늘었다. 그런데 건보 급여가 적용되는 타미플루 등의 먹는 치료제에 들어간 진료비는 2018년 180억원에서 2023년 14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신 페라미플루 등 비급여 주사치료 진료비가 2018년 626억원에서 5년만에 5배(3103억원)로 증가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 치료제의 효과나 부작용은 거의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독감 검사와 치료주사 비급여 진료비 증가는 주로 의원급에서 두드러졌다. 의원급 비급여 독감 검사와 치료주사 진료비는 각각 2064억원과 2498억원으로 전체 비급여 독감 검사의 87.8%, 비급여 치료주사의 80.5%를 차지했다.  

건보공단은 “독감 비급여 검사 및 치료주사 급증은 의원급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57.3%, 전년대비 3.4%포인트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의료 현장에선 독감 주사치료제 종류가 다양해지고, 먹는 치료제에 비해 편리하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내과 원장은 “건보가 적용되는 먹는 치료제는 5일간 먹어야 하지만, 주사 치료제는 한번만 맞으면 되니까 환자가 먼저 놔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큰 아이들이라면 타미플루 등 먹는 약이 훨씬 낫다”라면서도 “구토 증상이 심하거나, 너무 어려 약 먹이기가 쉽지 않다면 주사제를 쓰는게 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손해보험사들이 내놓은 ‘독감보험’이 독감 비급여 진료 확대에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손해보험사들은 독감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 최대 50만~10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을 앞다퉈 내놨다. 가입자가 몰려 전산이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보험료는 1만~2만원에 불과한데 독감 치료만 받으면 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