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그만 좀 구속시켜라"…부산구치소 이례적 요청, 왜

부산구치소. 사진 연합뉴스

부산구치소. 사진 연합뉴스

부산구치소 수용자 과밀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구치소가 지역 법원과 수사 기관에 ‘구속을 숙고해달라’고 이례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실제 일부 사건 피의자 구속이 불발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사법 절차 공정성 및 치안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도 나온다. 

똑같은 죄, 일부는 구속 피해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건인데, 제한될 때가 생겨 곤혹스럽다.” 16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찰을 포함한 부산의 일선 수사 기관에선 이런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부산구치소 측은 법원과 검찰ㆍ경찰 등 수사 기관에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서 “최근 구치소 수용률이 높아져 과밀 수용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 법정구속이나 구속영장 신청ㆍ청구를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남성 148%, 여성 227%에 달한다고 한다. 

과밀 문제로 인해 실제 구속이 불발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사기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국내에 체류하던 우즈베키스탄인 15명을 검거했다. 스스로 손가락을 찍는 등 자해한 뒤 근로 중 상해를 입은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을 속여 5억원 상당의 요양급여 등을 타낸 사건이다.

같은 죄를 지었지만 이들 15명 중 구속된 건 13명으로, 나머지 2명(600만원 부정수급 A씨ㆍ350만원 부정수급 B씨)은 구치소 과밀 문제를 고려해 구속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도주 우려 때문에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구속을 피한 외국인들이 소문을 내 피의자들이 자국으로 도피하는 등 수사 어려움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부산구치소 내부. 사진 중앙포토

부산구치소 내부. 사진 중앙포토

 
구속된 이들은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결과에 따라 징역 등 처벌을 받지만, AㆍB씨 같은 경우엔 강제 출국당하면서 재판 등은 피하게 된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절차 및 결과 공정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경찰 혼란이 커져 수사 동력이 떨어지고, 결국 치안 관리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행 손 놓은 부산시, 적극 나서야”

1973년 지어진 부산구치소 노후화 및 포화에 따른 이전 논의는 2007년 시작됐다. 하지만 지역내 기피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에 20년 가까이 논란과 갈등을 낳았을 뿐 진전되지 못했다. 2023년엔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입지선정위원회가 출범했다. 12차례의 회의와 시민 여론조사 등 숙의 과정을 거쳐 “부산구치소ㆍ교도소ㆍ보호관찰소를 강서구로 통합 이전하라”는 정책권고안을 냈지만 이 또한 답보 중이다.

서의택 전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11월 23일 부산시청에서 정책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서의택 전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11월 23일 부산시청에서 정책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서의택 전 입지선정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모범 이전 사례와 교정행정 개선 방안, 대지 확보를 위한 현실적 여건 등을 골고루 살폈다. 그간의 반발을 잘 알기에 시민을 상대로 여론조사까지 거쳐 낸 권고안인데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 전 위원장은 “지금도 구치소 내부에선 시설 노후화와 과밀 수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이 문제가 법원과 수사기관에까지 부담을 주는 구조는 잘못됐다”고 짚었다. 이어 “반발이 크더라도 결국 이 문제를 뛰어넘어야 할 주체는 부산시”라고 강조하며 “부산시는 토지 용도 변경이나 공공시설 확충 등 이전 대상 지역 주민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를 검토해 적극적으로 절충안을 내고, 공론화를 통해 반대 이견을 좁혀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