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박성민 정치대담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左),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右). 김성룡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40f6cc2a-f881-4249-81d1-813849f26aa7.jpg)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左),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右). 김성룡 기자
계엄 사태 직후만 해도 숨 죽였던 보수 진영이 시간이 갈수록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동대구역 집회(경찰추산 5만2000명)에 이어 15일 광주 금남로 탄핵 반대 집회에도 3만 명이 몰리며 좌파의 전유물이었던 ‘광장 정치’를 빼앗아오는 분위기다.
하지만 커진 광장의 목소리가 실제 국민 여론과 부합할까.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도 여권의 재집권에 긍정적일까.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는 현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가 16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나 90분간 대담을 가졌다.
![신재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631221e4-85ad-4bf1-a25f-a76a911be88c.jpg)
신재민 기자
반면에 박성민 대표는 “(윤 대통령이) 파면되는 순간, 탄핵 찬반에서 대선 승리 여부로 프레임이 전환될 것”이라며 “(보수 진영) 모두가 공동 운명체로 한배를 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프레임 전환 순간에 현 여당 지도부가 상황을 정리할 역량은 없어 보인다”면서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결집 속 탄핵 반대 집회 열기가 커지고 있다.
▶이철희=“탄핵 반대라는 구호를 쓰지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반체제 집회에 가깝다. 이들은 윤 대통령도 극우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을 뿐, 언젠가는 윤 대통령을 버릴 것이다. 분노를 부채질하고 혐오를 자극하면 그 끝은 폭력적 충돌밖에 없다.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이 가담하고 선동에 나선다면 큰 잘못이다.”
▶박성민=“최근 광화문 집회에 직접 가봤는데 우려와 달리 충돌 없이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법치, 선거 제도, 언론을 부정하는 단계로 가면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해진다. 일부 정치인이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는 건 우려스럽다.”
양 진영에서 강성 여론이 부각돼 극단적인 대치 상태다.
▶이철희=“이념적 적대가 아니라 정서적 적대가 극대화된 결과다. 3김 시절만 해도 누굴 지지하느냐로 당파성을 드러냈다면, 지금은 누굴 싫어하냐로 당파성을 드러낸다. 보수 진영에 ‘이재명 집권은 용납 못 한다’는 에너지가 축적돼 있는데, 결국 허상이다. 중요한 건 중도층이 어떻게 반응하냐다.”
▶박성민=“지금 팬덤을 넘어 훌리건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언제든 불붙을 수 있는 화약고다. 하지만 조용한 다수의 중도층도 많다. 지금 우측으로 많이 가 있는 보수 진영이 조기 대선에서 얼마나 턴을 할지가 관건이다.”
탄핵심판 결론 전에 윤 대통령의 조기 하야, 혹은 탄핵 기각 시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등의 시나리오도 있다.
▶이철희=“택도 없는 소리다. 징계 절차 진행 중에 하야는 불가능하다. 탄핵이 기각되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든 계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누구라도 헌법에 정해진 요건을 벗어나는 계엄을 하면 안 된다는 굵고 진한 선을 그어놔야 한다. 기각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박성민=“나도 인용될 걸로 보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징계가 진행 중이어도 그만둘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는 결말은 민심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옥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6b359d26-0714-4efd-a4ee-77abf3385898.jpg)
김영옥 기자
탄핵 반대 집회에 2030세대가 많이 나온다.
▶이철희=“여론조사를 보면 2030 남성의 탄핵 찬성보다 반대가 높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청년 남성층의 반(反)페미니즘 정서가 강한 건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들에게 반중 정서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소셜미디어와 종교집단의 선동에 의해 폭력성을 보이는 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성민=“전체 세대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줄지만, 선거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땐 2030세대와 고령층의 세대 포위로 여당이 승리했다. 최근 2030세대가 민주당 노동 정책, 외교 노선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이 우려할 단계까지 와 있다.”
조기 대선을 하게 되면 어떤 후보가 되는 게 여권에 유리할까.
▶이철희=“보수 진영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나 심지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포용해 넓은 연합의 틀을 만든다면 해볼 만한 싸움 아닐까. 결국 탄핵의 바다를 어떻게 건너느냐가 숙제가 될 거다. 하지만 김문수 장관의 지지율이 견고해 보이는 점은 중도 확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박성민=“자유 우파 결집론이라는 건 역대 선거에서 채택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당연히 선거의 관건은 중도 외연 확장이다. 현재 내부 갈등이 있어도 결국 선거를 이길 사람을 내보내자고 할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 전 의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철희=“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주류, 즉 친윤계는 대선보다는 총선에 관심 있어 보인다. 일부는 오 시장이 당을 장악할 것 같진 않으니 만만하게 보고, 가보자는 기류가 있다. 나는 유 전 의원이 제일 센 후보 같지만 보수에선 유 전 의원을 뽑지 않을 거다.”
▶박성민=“오늘(16일) 한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활동 재개 글을 올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원래 하던 (보수 개혁) 얘기를 세게 할 거고, 김문수 장관이나 홍준표 대구시장과 충돌할 거다. 그러면 오히려 오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지 않겠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이회창(한나라당) 후보보다 개혁적으로 보이고, 권영길(민주노동당) 후보보다 온건해 보이는 효과를 본 것 같은 이치다.”
▶이철희=“윤 대통령이 ‘이기는 후보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도 문제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심각한 교란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야권의 독보적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최근 우클릭 행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이 대표가 언제 이념적이었느냐. 한 번도 진보 강성 좌파의 정체성을 드러낸 적이 없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거나 우클릭을 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구도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전략이 먹힐지는 의문”이라며 “한쪽은 헌법을 위반한 세력이고, 다른 쪽은 헌법을 지키면서 국민을 생각하는 세력처럼 대비시켜야 하는데 왜 자꾸 실용만 이야기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의 우클릭에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외교·안보에 대한 입장”이라며 “지금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는데, 과거 ‘셰셰 발언’ 등 논란을 일으킨 이 대표의 외교 노선 변경을 과연 국민이 신뢰할지가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는 등 비명계와 연쇄 회동을 하고 있다.
▶이철희=“여당은 경선 과정에서 흥행이 될 텐데, 이 대표는 부동의 후보라 야당이 흥행 분위기에서 밀릴 수 있다. 박용진 전 의원처럼 자신이 무지막지하게 내쳤던 이들까지 포용하고, 경선 때도 상대 후보가 원하는 룰을 어지간하면 수용해서 흥미진진한 경선 과정을 만들어내는 게 이 대표 본인에게도 우선의 과제다. 폭넓은 연합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박성민=“조기 대선은 결국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선거다. 변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 결과다.”
▶이철희=“사실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는데, 법원이 개입하기엔 늦은 것 아닌가. 항소심 판결은 미루는 게 맞다. 만약 법원이 대선 전 유죄를 선고하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박성민=“이 대표 항소심 결과는 대선 전에 나와야 한다. 이 대표 항소심 결과 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보수층이 승복하겠나. 탄핵심판은 4월 18일 헌법재판관 두 명(문형배·이미선)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만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왜 이렇게 탄핵심판을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결국 보수든 진보든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