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직원, 결혼 안 하면 해고" 中기업에 발칵…당국까지 나섰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변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사진. AFP=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변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사진. AFP=연합뉴스

20~50대 미혼 직원들에게 올해 9월까지 결혼하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공지해 논란을 빚었던 중국의 한 기업이 당국의 시정 요구를 받고 규정을 철회했다.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이난현 산둥순톈화공그룹은 최근 "28∼58세 미혼 직원은 올해 9월 30일 전까지 개인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라"고 사내에 공지했다.  

이 회사는 "모든 직원이 일을 열심히 하고, 가정을 꾸리며 가족을 안심시키는 것이 바로 효"라며 "기한 내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국가의 기둥을 교육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해당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 평가를 실시한다고도 했다. 직원이 1분기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반성문을 제출하게 하고, 2분기까지 안 되면 회사가 심사를 진행하며, 3분기까지 요구사항을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을 통해 확산했고 직원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회사가 무슨 권리로 사생활에 간섭하나", "노동법 위반. 직원들을 조종하려 하지 마라", "직원을 결혼하게 하려면 강요가 아니라 대우를 좋게 해라" 등 의견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회사 측은 이난현 지역 당국의 요구에 따라 해당 통지를 철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RFA에 "(이난현) 인사사회보장국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아 즉시 조치를 취했다"며 "공지 내의 모든 규정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의도는 미혼 직원들이 인생 대사를 위해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최근 저출산과 결혼 기피 추세가 심해지면서 중앙과 지역 당국이 각종 출산 지원책을 도입하고 대학에서 연애·결혼 관련 강의를 도입하도록 촉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시사평론가 팡위안은 "이번 사건이 표면적으로는 한 회사의 내부적 요구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정부가 공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일을 기업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일 수 있다"며 "중국 국가 통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상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살펴서 발견하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불편한 정책적 충동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두배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