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안 내려가겠습니다!" KT 윤준혁의 패기…이강철 감독은 함박웃음

KT 내야수 윤준혁(왼쪽)이 1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과 환하게 웃고 있다. 창원=고봉준 기자

KT 내야수 윤준혁(왼쪽)이 1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과 환하게 웃고 있다. 창원=고봉준 기자

“네가 안 내려가면 그냥 내가 갈게, 허허.”

프로야구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13일과 14일 창원NC파크. 플레이볼을 앞둔 3루 벤치에는 이틀 내리 감독과 선수의 즐거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KT 이강철(59) 감독과 내야수 윤준혁(24). 올 시즌 개막을 준비하며 엔트리 고심이 한창인 사령탑의 농담 반, 진담 반 선제공격을 제자가 패기 있게 받아치면서 훈훈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벤치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이 감독은 윤준혁을 향해 “아무래도 네가 2군으로 내려가야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아직 개막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전 경쟁 중인 선수의 심리를 슬며시 떠보기 위한 의도였다.

그런데 제자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2군으로 내려가지 않겠습니다!”라는 단호한 한마디로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이를 들은 이강철 감독은 “네가 안 내려가면 그냥 내가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쉽게 풀이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윤준혁의 패기가 흡족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윤준혁은 “감독님께서 갑자기 물으셔서 나도 모르게 그런 대답이 나왔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나를 보고 ‘재밌는 놈이네’라며 환하게 웃으셨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해로 어느덧 데뷔 6년차다.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막 엔트리에는 꼭 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암고를 나온 2001년생 내야수 윤준혁은 아직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통산 페넌트레이스 기록은 지난해 출전한 13경기 타율 0.176(17타수 3안타)가 전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시범경기를 간간이 뛰었지만, 1군 진입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키나와(일본)=뉴스1) 허경 기자 = KT 윤준혁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 연습경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25.2.26/뉴스1

(오키나와(일본)=뉴스1) 허경 기자 = KT 윤준혁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 연습경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25.2.26/뉴스1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윤준혁은 차세대 내야수 자원으로 발탁돼 1군 스프링캠프를 거쳤다. 또, 시범경기에서도 6게임 동안 타율 0.333(9타수 3안타) 3타점 4득점으로 활약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강철 감독 역시 윤준혁의 이러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개막 엔트리 등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윤준혁은 “아직 수비는 보완할 점이 많다. 그래도 타격에선 장타와 정확성, 도루 능력을 골고룰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깨도 자신 있다”면서 “1군에서 선배님들과 함께 해보니 주전 선수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더라. 나도 나를 의심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가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