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이 같은 불법 문항 거래가 가능했던 건 ‘허술한 감시망’ 탓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6년 시·도교육청에 ‘학원용 문항 매매행위 금지’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후 인수인계 누락 등을 이유로 지도·감독을 사실상 방치했다. 또한 2021년 교원의 유튜브 활동 증가로 겸직허가 실태를 조사하며 16건의 문항 판매 사례를 적발했지만,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러한 관리 부실이 교원들의 경각심 없는 문항 거래를 조장했다”고 밝혔다.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킬러문항’이 출제된 것도 불법 거래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킬러문항 발굴이 사교육 업체의 주요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감사원 조사에서 “업체는 자체 문항 제작 인력이 부족하고, 인기 있는 강사들은 연중 강의로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교원으로부터 문항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문제 한 개당 10~20만원에 거래됐는데, 난이도가 높을수록 단가도 올랐다.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7명의 교사를 조직해 학원에 문항을 공급하며 총 6억6100만원을 벌어들였다. 한 고교 교사는 “교사들의 월급이 많지 않다 보니 부수입의 유혹에 흔들릴 때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교육 신뢰 훼손, 사교육 의존도 심화시켜”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 한국대학교수협의회 등이 연 '나라 망치는 사교육 카르텔 방치 국민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교육부에 교원 지도·감독 강화 및 시·도교육청별 문항 거래 상시 점검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 교육부 측은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의 조치를 두고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조직적 위법 행위 등 중대 비위를 저지른 교사 29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요구하고, 나머지 220명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정 조치’를 하도록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적정 조치의 기준이 모호해 처분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또 대다수 교사들은 정당한 신고 절차를 거쳐 참고서나 교과서에 문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괜히 정상적인 교사들의 교육 활동마저 위축시키면 안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