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ime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반도체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트럼프발 반도체 패권 전쟁 파장이 크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인텔의 경영난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의 협력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에 대만 현지에선 “기술 탈취가 아니냐”는 논란이 한창이다.
벨기에 루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비영리 반도체 공동 연구소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국제 공동 연구기관인 아이멕의 수장인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Ime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코리아’를 앞두고 방한한 반 덴 호브 회장은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국경을 넘는 협력이 반도체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최근 지정학적 이슈들이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며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면 반도체 산업을 크게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국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 그는 “한국이 가진 강점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 기업이 있는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반 덴 호브 회장은 “다른 국가에 한국의 강점을 계속 인식시켜야 한다”며 “한국을 제외하고는 일할 수 없는 전략을 앞세우면 지금과 같은 협업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면담 계획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와 20년 이상 협력하면서 협업의 정도가 더 확대되고 깊어지고 있다”며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곽노정 사장과도 만나려 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과 5~10년 이후 상용화할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멕에선 전 세계 100여 개국의 학계 및 기업 연구자 6000여명이 모여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과 공급망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다. 독립적이며 글로벌 협업 구조로 이뤄져 ‘반도체 업계의 스위스’로도 불린다. 반도체업계에선 최근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상용화 과정에서 아이멕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대중국 수출 제재를 가하며 아이멕 내부에서도 중국과 협력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