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인 합류…이재용 복귀는 불발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인이 새로 합류한다. 그동안 삼성전자 이사회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포함됐지만 이번엔 빠졌다.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초격차 경쟁력 회복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내정됐다. 임기 만료 예정이던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재선임하기로 했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내정됐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등을 맡고 있다.

안건이 모두 통과하면 삼성전자 이사회는 총 10명(사내 4명, 사외 6명)이 된다. 이사회 내 현재 1명(이정배 전 메모리사업부장)인 반도체 전문가를 3명으로 늘려 전체의 30%를 반도체 전문가로 채운 셈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등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며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이 이번에 물러나면서 주총 뒤 이사회는 신규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새 의장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는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올해도 불발됐다. 검찰이 1·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며 ‘사법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날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사외이사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회장이) 그런 분들과 자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으면 해서 등기임원 복귀를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많은 분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해주길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대법원 상고에 대해서는 “검찰도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때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준감위는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 방안도 논의 중인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불발로 컨트롤타워 재건 논의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근 매입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오는 20일 소각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와 함께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하고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이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사들이는 자사주 중 5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RSA)을 목적으로, 나머지 약 2조5000억원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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