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 현 상태에서도 저희는 추경을 15조~20조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정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지금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감안했던 것”이라면서다. 이 총재는 “추경을 15조~20조원 정도로 하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내서 경기 대응에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포함한 30~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데 대해선 “올해 추경을 35조원 규모로 한 뒤 내년에는 35조원 이상을 쓰지 않으면 내년도 성장률에 음(-)의 효과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출을 한 번에 크게 늘리면 기저효과 때문에 이듬해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추경을 진통제에 비유했다. “진통제를 너무 많이 쓰면 지금은 좋겠지만, 나중에 안 좋은 것처럼 적절한 양의 진통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예산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타깃을 정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추경만으로 자영업자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에게 소비 쿠폰을 25만원어치씩 나눠주는 것보다 25만원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 국민 민생지원금으로 소비를 진작하는 게 일반적이냐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총재는 “예전에는 현금살포에 대해 경제학계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봤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전산체계를 잘 갖추지 않아 행정적으로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 때 하는 방식”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타깃해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일반적인 학계의 정설”이라고 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이 총재는 “1.6% 정도로 다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1.6~1.7%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수정했다. 오는 25일 공식 수정 전망 발표를 앞두고 12ㆍ3 비상계엄 여파의 충격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중간 발표를 한 것이다.
이 총재는 “25일 새로운 예측치를 발표할 때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며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 미국의 경제 정책이라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20일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극적으로 추경에 합의한다면 이를 반영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