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17일(현지시간) AI 챗봇 ‘그록(Grok)3’를 공개했다. 중국산 생성 AI 딥시크가 과도한 정보 수집 논란으로 주춤한 가운데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AI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패권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오른쪽)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18일 오후 1시쯤 xAI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새 AI 챗봇 모델 '그록(Grok)3' 공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 xAI
xAI는 17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시연회를 열고 새 AI 모델을 적용한 챗봇 서비스 ‘그록(Grok)3’를 선보였다. 머스크는 시연회에서 “그록3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AI”라며 “오픈AI의 GPT-4o뿐만 아니라 앤스로픽·구글·딥시크 등 경쟁 모델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xAI는 근거로 수학·과학·코딩 분야 AI 벤치마크(AI 모델 성능 측정 시험) 점수를 공개했다. 2024년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문제를 각 AI 모델에 풀게 한 결과 그록3는 52점으로 GPT-4o(9점), 딥시크의 V3(39점)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GPT-4o는 2024년 5월에 공개된 모델이다.
그록3 AI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사진 xAI
xAI는 그록 3에 기존에 없던 ‘딥서치(DeepSearch)’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 인터넷과 X에 올라온 게시글 등을 분석해 사용자 질문에 대한 요약 답변을 제공하는 AI 기반 심층 검색 기능이다. 오픈AI의 ‘챗 GPT 서치’와 유사한 기능이다. 머스크는 “딥서치는 사용자가 30분에서 1시간 동안 검색해야 할 내용을 대신 조사해, 10분 만에 정리된 결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AI 업계에선 그록3의 ‘선 넘는 모드(Unhinged Mode)’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 서비스들의 경우 윤리적 기준을 내세워 답하지 않았던 민감한 질문에도 일부 답변을 제공한다. 예컨대 불법 약물 제조 방법 물어보면 챗GPT의 경우 답변을 제공하지 않지만 그록3는 제조법을 설명하는 척하다 “농담”이라며 제조하지 말라고 답하는 식이다.
AI 챗봇 서비스는 각 기업들이 향후 AI 산업 패권을 잡기위해 공들이고 있는 최전선 분야로 꼽힌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야만, AI모델 성능을 개선하는데 필수인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어서다. 중국 딥시크가 각국에서 차단 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무리하게 키보드 입력 패턴 등 과도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 이유도 데이터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또 챗봇은 생성 AI로 돈을 벌 수 있는 현 시점 몇 안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그록3도 과도한 데이터 수집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X는 지난해 11월부터 X 내 모든 콘텐트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덕분에 xAI는 지난해 8월 그록2를 선보인 이후 6개월 만에 그록3를 출시할 수 있었다. 현재 X 사용자는 월 3억명에 달한다. xAI는 이 가운데 AI 학습에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AI업계에선 그록3가 기존 AI 서비스와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 AI 챗봇에 비해 자유롭게 답변하는 건 장점이지만, 그만큼 생성한 답변이나 이미지 부분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위험이 있어서다. 더구나 자타공인 글로벌 1위 AI 회사인 오픈AI도 조만간 최신 AI 모델인 ‘GPT-4.5’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록 3는 현재 X의 ‘프리미엄+’ 유료 구독자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무제한 이미지 생성, 추가 추론 등 추가 기능은 xAI가 새롭게 도입한 유료 서비스인 ‘수퍼그록(SuperGrok)’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