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국 모든 시·도 소매판매 ‘마이너스’…통계집계 사상 처음

지난해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소매판매가 줄었다. 소매판매 지수는 대표적인 소비 지표로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18일 통계청의 ‘2024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소매판매가 빠짐없이 감소한 건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정선경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모든 시·도에서 승용차·연료소매점, 전문소매점 등의 판매가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자동차)·SK에너지(석유화학)·삼성SDI(배터리) 등의 공장이 몰려 있는 울산(-6.6%)이 가장 심각했다.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소비를 할 인구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순유출한 결과다. 울산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자동화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가속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울산 외에 경기(-5.7%)·강원(-5.3%)·인천(-5.0%)·서울(-4.4%) 순으로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경기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 기아(자동차) 등의 공장과 협력사가 자리잡고 있다. 인천도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이 많다. 기업 실적 악화가 지역경제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산(-1.5%)·충북(-1.5%)·충남(-0.8%)·세종(-0.1%)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전 지역 공통으로 고금리·고물가 장기화가 소매판매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월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0%)보다 높은 2~3%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국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한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향후 부정적 경기 전망과 고금리에 따른 가계빚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앞서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기준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카드 대란’이 일어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전국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1995년도 수치부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19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세다.

또 다른 내수경기 지표인 광공업 생산도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지난해 전국의 광공업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그러나 시·도별로 보면 강원(-7.8%)·충북(-5.2%)·서울(-3.0%) 등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기·가스, 전기장비, 의복·모피 등의 생산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서비스업생산의 경우 전국 수치는 전년보다 1.4% 증가했지만, 세종(-2.6%)·경남(-2.4%)·전북(-1.0%) 등은 줄었다. 부동산과 금융·보험 등의 생산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전국 기준 수출(8.1% 증가)도 시·도별로 구분해 보면 대구(-19.4%)·광주(-12.2%)·전북(-9.7%)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의 수출이 부진한 결과다.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가 24.4%로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인구 이동은 지방 소멸과 수도권 일극화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4만5169명이 순유입했다. 수도권에 상위권 대학과 일자리, 생활 인프라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만 떼어 보면 4만4692명이 순유출했다. 서울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경기나 인천 등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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