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이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배 11국에서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사진은 국후 인터뷰 중인 박정환 9단.
18일 박정환(32) 9단은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1국에서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26) 9단을 상대로 160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초반부터 크게 기운 바둑이었다. 시바노 도라마루가 하변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 선수답지 않게 난전을 즐기는 시바노 도라마루이지만, 박정환의 노련한 응수에 되레 역습을 당했다. 시바노 도라마루의 하변 흑 대마는 알토란 같은 여섯 점을 떼어준 채 도망가기 바빴고, 그 사이 박정환은 실리도 챙기고 세력도 얻었다. 중반전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AI 승률그래프는 백이 15집 이상 앞선다고 가리켰다.
중반전 이후 흑은 우상귀 백 대마에 총공세를 펼치며 역전을 도모했다. 이번에도 박정환은 여유로이 흑의 공세를 막아냈다. 오히려 우변 흑 진영을 초토화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더이상 해볼 데가 없다는 걸 확인한 시바노 도라마루가 끝내 항복을 선언했다. 박정환은 국후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었는데 초반에 상대가 실수를 해주는 바람에 바둑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박정환 9단과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의 농심배 11국 장면. 왼쪽이 박정환 9단이다.
박정환의 19일 상대는 리쉬안하오로 정해졌다. 지난해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인 몽백합배에서 우승한 강자다. 국후 인터뷰에서 박정환은 “리쉬안하오는 감각이 뛰어나고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선수”라며 “우선 포석에서 밀리지 않고 중반까지 끌고 가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농심배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상하이에 도착한 직후. 박정환은 이번 대회 목표가 3승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정확히 3승의 기회가 생겼다. 박정환이 목표를 이루면 한국은 농심배 17번째 우승과 동시에 5연패를 거두게 된다. 상하이에 함께 날아온 최종 주자 신진서는 한 판도 안 두고 농심배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지난 대회에서 신진서 혼자 6연승을 거둬 우승했으니 올해는 쉬어도 좋을 듯하다. 농심배 우승 상금은 5억원. 우승국이 상금을 독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