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다 잡아" 檢조서 풀자…尹측, 헌재 문 박차고 나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조서 증거 채택에 반발하는 가운데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조서가 18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30분쯤 헌재에 도착했지만 탄핵심판정에 들어오지 않고 돌연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이같은 검찰 조서 증거 채택에 항의해 퇴정하기도 했다.

이날 열린 9차 변론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각각 증거와 의견을 제시하는 증거조사 기일로 진행됐다. 먼저 국회 측은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소추사유 중 ‘계엄 해제 의결 저지 시도’ 증거의 하나로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11시30분쯤 전화를 걸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5차례 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조서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던 것이 저 같으면 ‘몇 명 잡았냐, 왜 안 잡았냐’고 물어봤을 것 같은데, 여러번 전화에서 똑같은 내용과 톤으로만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조 청장이 “같은 날 10시30~40분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첫 번째 통화에서 이재명·우원식·김명수·권순일·김동현 판사 등 15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 사람들을 체포할건데 위치파악을 좀 해달라고 했다”며 “두 번째 통화에서 여 사령관이 급한 톤으로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했다”고 진술한 ‘정치인, 법조인 등 체포 시도’ 증거로 공개했다.

이날 국회 측이 공개한 증거에는 조 청장처럼 아직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헌재에선 형사재판에서 다툴 예정이란 이유로 진술을 거부한 이들의 검찰 진술 조서도 포함됐다. 지난 4일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형사사건과 관련되어 진술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던 여인형 전 사령관의 진술 및 신문조서가 대표적이다.


여 전 사령관은 조서에서 “대통령이 평소 ‘비상대권‧비상조치권을 언급하면서 (체포명단에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14명 체포는 계엄 직후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서 처음 들었다”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연락받은 체포 대상자는 이재명·조국·한동훈·우원식·이학영·박찬대·김민석·김민웅·김어준·양정철·양경수·조해주·김명수 권순일 이상 14명”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탄핵심판에서는 그간 준비기일 2회, 변론기일 8회를 진행하는 동안 제출돼 채택된 증거를 탄핵소추 사유 및 반박 사유에 맞게 양 측에서 각각 정리해 재판부에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2시 재판을 앞두고 헌재에 미리 도착했다가, 이날 재판 진행에는 청구인 본인이 불출석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해 재판이 시작되기 전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조대현 피청구인 법률대리인(오른쪽)과 송두환 탄핵소추 법률대리인(왼쪽 둘째)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 뉴스1

윤석열 대통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조대현 피청구인 법률대리인(오른쪽)과 송두환 탄핵소추 법률대리인(왼쪽 둘째)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 뉴스1

 
국회 측은 약 두 시간에 걸쳐 ①계엄 선포 및 준비 과정의 위법‧위헌성 ②계엄 선포의 실체적, 절차적 하자 ③ 국회 봉쇄 및 침입 ④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⑤ 법조인‧정치인 등 체포 시도 등 각 항목을 입증할 증거를 세부적으로 제시하며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 측에서 국무위원 및 군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조서 및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시하자,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일제히 반발했다. 전 헌법재판관인 조대현 변호사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인물의 진술조서‧피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건 (헌법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 법리에 위반되니 증거조사에서 제외시켜달라”며 “그런 것까지 조사한다면, 형사재판에선 증거로 쓰지 못하는 걸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문형배 재판관이 “조서에 대한 증거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고 두 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힌 데다, 지금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싶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조 변호사는 짐을 싸서 심판정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 “국회 봉쇄는 조지호·김봉식이 알아서 한 것이고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바 없고, 바보가 아닌 이상 국회를 봉쇄하려면 철저히 계획했어야 한다”며 “‘의원 끌어내라’ 지시를 받았다는 곽종근과 조지호 진술은 믿을 수 없고, 실제 의원을 끌어내지도 않았다”며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의 정치활동을 방해하려 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인형이 일부 위치 확인을 지시한 게 예하부대로 확대된 건 맞지만, 방첩사와 협조한 경찰 누구도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거나 협조한 사람은 없고 실제 체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대통령은 김용현이든 여인형이든 누구에게도 체포지시를 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윤 대통령 측은 ‘20일 예정된 10차 변론기일을 미뤄달라’고도 주장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간을 다소 늦춰 진행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재판관 논의 끝에 20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변론기일을 1시간 늦춰 오후 3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20일 오전 형사재판 준비기일은 구속취소 심문도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질 경우 오후 변론기일에 도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여러 차례 기일 변경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다.

이에 당초 20일 오후 2시에 한덕수 국무총리, 오후 4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오후 5시 30분에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을 잡아뒀으나, 오늘 변경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후 3시, 홍장원 전 차장 오후 5시, 조지호 경찰청장의 신문은 오후 7시에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그간 두 번의 증인신문기일 통지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불출석사유서를 낸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해뒀지만, 조 청장은 현재까지 ‘18일 병원 진료 후 출석 여부를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을 헌재에 전달한 상태라 재차 불출석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