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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초 민주연구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중도층’의 정당 지지 성향에 대한 여론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전체 응답자를 놓고 보면 계엄 직후 벌어졌던 여야 정당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팽팽하게 좁혀졌다. 하지만 중도층만 따로 떼어내 보면 ‘민주당 우위’가 유지되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전국지표조사(NBS, 전화면접 방식)에 따르면,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3주차 조사에서 중도층의 23%가 국민의힘을, 28%가 민주당을 각각 지지했다. 계엄 뒤인 12월 3주차 조사에선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16%, 민주당 39%로 확 벌어졌다. 이후 격차가 일부 좁혀졌지만 민주당 우위 흐름은 계속 유지됐고, 가장 최근인 2월 2주차 조사(10~12일)에서도 민주당(35%)이 국민의힘(25%)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전체를 놓고 보면 국민의힘(37%)과 민주당(36%) 지지율이 팽팽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 역시 같은 흐름이었다. 응답자 전체가 아닌 중도층으로 대상을 좁힐 때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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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민주당이 중도층에 주목하는 건 중도층이 실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터’여서다.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민주당이 중도층에서 우세를 확보하며 선거 결과 역시 대승으로 이어졌다. 총선 직전인 3월 4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에선 민주당 지지율(29%)이 국민의힘(37%)에 비해 8%포인트 뒤졌지만, 중도층에선 민주당(27%)이 국민의힘(24%)을 3%포인트 앞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진보·보수 양 진영은 결집한다”며 “결국 승부처는 중도층이고, 여기서 여론 흐름이 꾸준히 좋다면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꺼내 든 ‘상속세 인하’ 카드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정책토론회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15일 페이스북에선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며 상속세 세액공제 한도를 18억원까지 높이는 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통한) 초부자 특권 감세는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수도권 중산층을 염두에 둔 세액공제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우클릭하는 척을 하려고 일단 던지고 보는 것”(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쏘아붙였지만, 이 대표는 17일 “세상이 바뀌었는데 바뀌지 않는 걸 두고 바보라고 한다”며 직접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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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천준호 의원. 김성룡 기자
민주당 차원의 ‘중도층 우선주의’는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공식화한 데 이어 친명 핵심인 천준호 당 전략기획위원장도 1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 직접 나서 “우리는 이제부터 일관된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주 52시간제 예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기본사회 정책에 대해 이 대표 입장이 오락가락하며 여권에서 “도로 좌클릭”, “위장 우클릭” 등 비난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가 전체 의원단을 대상으로 당 정책 노선을 직접 설명한 자리에서 민주당의 핵심 타깃은 ‘중도층’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첫째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는 것, 둘째 때론 진보 정책, 때론 보수 정책을 유연 적용하는 것, 셋째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핵심”이라고 부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여권은 우리가 오락가락한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일관되게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띄운 ‘정년 연장’도 중도층 공략의 연장선”이라며 “중도층은 공약도 꼼꼼히 살피는 이들이라 꾸준히 타깃팅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