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출장 제자 성추행 혐의 교수 직위해제…피해자 "대학 비일비재"

 

성추행 범죄 이미지. 셔터스톡

성추행 범죄 이미지. 셔터스톡

 
해외 출장 중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연세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기소된 데 이어 학교에서 직위해제됐다.

연세대는 최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직위해제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직위해제는 징계에 앞서 이뤄지는 행정적 조치다. 연세대 정관 48조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해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직위해제 기간동안 교수는 강의를 할 수 없고 급여도 20% 삭감된다.

앞서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부장 박윤희)는 연세대 교수 A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4월 해외 출장지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이 지도한 박사후 연구원 B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연구 관련 고민을 털어놓자 A씨가 손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또 A씨를 밀치는 등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계속해서 신체 일부를 만지려 했다고 했다. B씨가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일찍 귀국하자, A씨는 카카오톡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해외 출장지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연세대 교수 A씨가 사건 직후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사진 B씨 제공

지난해 4월 해외 출장지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연세대 교수 A씨가 사건 직후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사진 B씨 제공

 
하지만 A씨는 이후 “술에 취해 자세한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어 B씨에게 “네 연구 과제 선정과 논문 저자 등재는 모두 내 덕”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B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리고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혐의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따로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는 교수가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대학 안에서 비일비재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낙인찍히거나 진로에 영향이 있을까봐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할 때가 많다”며 “특히 학내 성평등센터나 교무처가 가해자 처분 관련 내용을 피해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연구할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