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해경, 10명 사망ㆍ실종 서경호 선사 압수수색…기상 악화로 수중 수색은 난항

승선원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를 조사 중인 전남 여수해경이 지난 18일 오후 부산 소재 선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사진 여수해경

승선원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를 조사 중인 전남 여수해경이 지난 18일 오후 부산 소재 선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사진 여수해경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제22서경호 침몰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선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19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해경은 전날 오후 부산에 소재한 서경호 선사 사무실과 관련 대상자들을 상대로 5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경은 각종 서류와 PC 하드디스크 등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해 서경호 침몰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대형 선박인 서경호가 구조 요청조차 못 하고 침몰한 경위를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선적 139t 트롤어선 서경호는 지난 9일 오전 1시 41분쯤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선단과 연락이 두절된 후 수심 80m 해저에서 침몰한 채 발견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14명 중 5명 숨지고 5명이 실종됐으며 4명은 생존했다.

제22서경호 실종자 찾기 위해 바다에 들어가는 수중 수색대원. 사진 여수해경

제22서경호 실종자 찾기 위해 바다에 들어가는 수중 수색대원. 사진 여수해경

수중 수색 돌입…추가 실종자 발견 없어
해경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에 돌입했으나, 기상 악화로 난항을 겪고 있다. 침몰 엿새째인 지난 14일 해경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은 수색대원을 투입해 수중수색을 시작했지만, 기상 악화로 지난 16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당시 수중 시야는 1m 이내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실종자들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해상 수색은 11일째 밤낮으로 이어지고 있다. 침몰한 서경호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가로 115㎞, 세로 74㎞를 집중 수색 범위로 정하고 6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 중이다. 함정 20척과 항공기 2대가 동원됐으며, 거문도 해안에서 연안 수색도 진행 중이다.


승선원 10명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11일째인 19일 전남 여수 거문도 해안에서 해경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여수해경

승선원 10명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11일째인 19일 전남 여수 거문도 해안에서 해경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여수해경

10억 들여 민간 잠수부 투입 예정
민간 잠수부도 투입될 예정이다. 해경 잠수사는 장비 여건 등의 이유로 수심 60m까지만 진입할 수 있어 수심 82.8m 해저에 가라앉은 선체에는 접근할 수 없다. 반면 민간 구난업체는 전문 장비를 보유해 수심 10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민간 잠수부를 투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남도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민간 구난업체 1곳을 상대로 계약 내용을 협의 중이다. 국내 30개 업체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이 업체가 “수심 80m에 잠수부 투입이 가능하다”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당초 다른 1개 업체도 참여 의사를 밝혀 협의했으나 “장비를 갖추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업체 측 설명에 계약은 무산됐다. 협의 중인 업체는 잠수부를 조기 투입할 수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색 기간 등을 조율 중이다. 전남도는 예비비 1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당초 수색 기간을 한 달로 계획했지만, 예산 문제로 수색 기간을 줄여 협의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 달 7일이 조류(潮流)가 가장 약할 때인 소조기(조금)이기 때문에 그 전에 민간 잠수부가 투입될 수 있도록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제22서경호가 직립한 상태로 수심 82.8m 지점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경의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측면주사음향측심기)로 촬영한 서경호의 모습. 사진 여수해경

여수해양경찰서는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제22서경호가 직립한 상태로 수심 82.8m 지점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경의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측면주사음향측심기)로 촬영한 서경호의 모습. 사진 여수해경

 
“선체 인양은 어려워”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 수색과 더불어 선체 인양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선사 측은 난색을 보였다. 선체를 인양하는 비용은 수백억원이 소요되지만, 선체 보험 보장액은 19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인양 등을 추진하고 선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비용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인양 비용만 최소 100억이라고 들었다. 최근 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예비비가 많이 부족한 상태로 선체 인양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