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압수수색… 내란 혐의

공수처가 21일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공수처가 21일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중장·육사 47기)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수처는 이날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내란 혐의로 원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비상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오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에게 대면보고할 때 배석했고,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보고 전후인 12월 1일과 3일 문 전 사령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선관위 장악과 ‘수사2단’ 조직 등을 모의한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공수처는 원 본부장이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비선 조직인 ‘수사2단’을 꾸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국방부는 12월 2일 보고는 정보사 예산 보고일 뿐, 계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원 본부장은 정보사 내 논란으로 경질 위기에 놓인 문 전 사령관을 유임시킨 것에 대한 책임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해외 유출 사건과 정보사 예하 여단장 A씨(준장)와의 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당시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국방장관이 김용현 전 장관으로 바뀌며 문 전 사령관도 유임됐다.


정보사 소식에 밝은 한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방본부장은 정보사 주요 보직 인사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국방부장관이 문 전 사령관을 유임시킨 것이어도 국방 정보파트를 총괄하는 원 본부장이 이례적인 인사 조치에 대해 그 배경(비상계엄)을 몰랐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이 문 전 사령관을 유임시킬 때 원 본부장도 비상계엄에 대해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정보본부는 군사정보를 관장하는 국방부 장관 소속기관으로, 문 전 사령관의 직속 상관이다.

원 본부장은 내란 혐의로 지난달 23일 국가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원 본부장을 포함해 군 관계자 6명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원 본부장 외에 누가 이첩됐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원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 등에서 “비상계엄 관련해 일체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원 본부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원 본부장이 비상계엄을 미리 알았는지와 문 전 사령관 등과 사전에 모의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원 본부장에 대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군 검찰에 이첩한다. 공수처는 군 장성에 대한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다.

한편 공수처는 원 본부장 외에도 비상계엄 관련 고위 경찰 김모씨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비상계엄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고 경기도 과천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을 봉쇄할 목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