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구두를 닦고 수선하면서도 30년간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 조용히 돕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구두 수선공 김병록(65)씨의 말이다. 그는 “‘나눔 빵집’을 열어 가난한 이웃들이 배를 곯지 않도록 빵과 케이크나마 연중 내내 전해드리고 싶었던 오래된 꿈을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3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산타빵은행’을 연다. 이곳은 일반 빵집과는 다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과 케이크, 음료 등을 가져다주는 선물하는 장소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는 빵집을 찾아오는 어려운 이웃 100명에게 빵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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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왕’ 김병록씨(왼쪽)와 아내 권점득씨(오른쪽)는 오는 3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산타빵은행’이라는 ‘나눔 빵집’을 연다. 김씨 부부는 이 빵집에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과 케잌, 음료 등을 선물로 배달해주거나 현장에서 선물로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산타빵은행’에서 만난 김병록ㆍ권점득씨 부부. 전익진 기자
‘무료’ ‘공짜’ 표현 대신 ‘선물’이라며 전달
빵집 인근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이번에 상가 지역 1층에 66㎡(20평) 규모의 공간을 임대해 번듯한 빵집을 연다. 최근 큰 봉사상을 받으면서 받은 거액의 시상금을 사용해 가능했다. 빵 배달을 위한 중고 냉동탑차도 남은 시상금으로 곧 장만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제2회 HD현대아너상 최우수상(개인 부문)·1%나눔상에 각각 선정돼 받은 총상금 1억원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과 상금은 50년 동안 구두를 닦아 모은 돈을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하고, 이발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나눔을 실천한 공로로 수상했다.
뜻같이 하는 후원자들 참여로 ‘나눔 빵집’ 운영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평생 모은 땅 3만 3000㎡(1만평)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한 구두 수선공 김병록씨. 변선구 기자
그는 지난 2020년 경기도 파주시 소재 자신의 시가 5억~7억 원짜리 땅 3만 3000㎡(1만평)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파주시에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한 바 있다.
2022년부터는 서울 상암동 구두 수선점 앞에 ‘행운의 항아리’를 놓고 동전 모으기 운동을 벌여 재난 상황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있다. 2023년엔 이렇게 모은 성금 100여만 원을 수재민을 돕기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했다.
김씨는 2021년부터는 상암동 구두 수선점 인근 도로변에 ‘무인 구두 나눔 전시관’을 마련해 자신이 모아 깨끗하게 수선한 헌 구두와 헌 가방 등을 전시하고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는 이발 기술을 배운 뒤 매달 요양원·노인정 등을 찾아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