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무기한 부분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사진은 부분 직장폐쇄가 진행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 현대제철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겪어온 현대제철이 무기한 ‘부분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현대제철이 직장폐쇄를 실시한 건 지난 1953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24일 현대제철은 이날 낮 12시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의 산세압연설비(PL/TCM)를 무기한 폐쇄한다고 밝혔다. PL/TCM은 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판을 얇게 펴는 설비로, 해당 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면 냉연강판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냉연강판은 두께가 얇으면서 내구성이 뛰어나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널리 쓰이는 고부가가치 강판이다. 현대제철은 노조가 파업을 중단할 때까지 직장폐쇄를 무기한 이어간단 방침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성과급 문제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총파업과 부분 파업을 이어갔고, 결국 회사 측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반복되는 노조 파업으로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고객사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라며 “쟁의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방어적인 목적에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파업으로 인한 냉연 생산 손실 규모가 27만톤(t), 손실액은 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제철은 직장을 폐쇄하기 위한 법적 요건도 충족했단 입장이다. 법원은 회사가 ▶노조의 쟁의행위 이후 방어적 목적으로 직장폐쇄를 실시하면서(대항성), ▶중대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상당성)에 한해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회사 제시안(기본급 450%+1000만원)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더라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직장폐쇄의 중대한 경영상 이유를 충족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현대제철은 직원 성과급 지급 비용을 반영할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3143억5400만원에서 1594억9200만원으로 49.3% 줄어든다고 공시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 환경이 악화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모습. 연합뉴스
반면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9일 22차 교섭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를 ‘기본급 400%+1000만원’에서 ‘기본급 450%+1000만원’으로 올려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대신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차량 구매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는 노조와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기본급 400%+1000만원의 경영성과금,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등에 합의했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사보다 현저히 낮은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사측의 직장폐쇄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