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99명 오키나와 압송설…"완전 소설 같은 이야기" [팩트체크]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 전경. 김민욱 기자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 전경. 김민욱 기자

12·3 비상계엄 당일 중국인 99명이 체포돼 일본 오키나와로 이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수원)을 지난 19일 중앙일보가 직접 찾았다. 우파 성향 매체가 중국인 99명이 체포됐다고 지목한 곳은 연수원 제2생활관이었다. 이곳에서 3년째 생활 중인 선관위 A사무관(51)은 “처음 들었을 땐 헛웃음만 나왔다. 완전 소설 같은 얘기였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믿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아니면 공무원인 내가 사라졌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선거연수원 건물은 본관동과 제1생활관, 제2생활관 등 여섯 동이다. 해당 매체는 지난달 16일 체포 장소가 선거연수원이라고 보도했다가 선관위가 “계엄 당일 제1생활관에 5급 승진자 과정 등 2개 교육과정에 88명의 공무원과 외부 강사 8명 등 96명이 숙박했다”고 반박하자 체포 장소를 다시 제2생활관으로 보도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선관위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생활관 내부. [사진 독자]

지방에서 올라온 선관위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생활관 내부. [사진 독자]

 
제2생활관은 지방에서 중앙선관위로 올라온 직원을 위해 제공되는 숙소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5인실 6개와 1인실 5개가 있다. 정원은 35명이다. 계엄 당일 생활관에 거주했던 공무원은 31명이었다. 99명 숫자와는 부합하지 않는다. A사무관은 “계엄 당일 밤 10시쯤 생활관에 퇴근해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 11시쯤 지인이 ‘나라 망하냐’ ‘무슨 일 있는 거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계엄 사태를 알았다”며 “이후 TV를 켜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2생활관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선거연수원 정문 등에 ‘대한민국 육군’이라 적힌 버스 2대와 경찰차 4대가 1시간가량 정차한 사실은 선거연수원 CCTV 등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연수원 내부로 들어와 제2생활관까지 접근한 차량이나 병력은 없었다. 선관위 소속 B주무관은 “선거연수원에서 도보 3분 거리인 농업박물관(연수원 맞은편) 주차장에 계엄군 버스가 왔다는 사실은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았지만 당일엔 온 지도 몰랐다”며 “계엄군이나 경찰, 그 어떤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수원 방호과 직원에 따르면 당일 제2생활관 CCTV 4대에 찍힌 차량이나 병력은 없었다.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 지하 2층 창고로 쓰이는 공간. [사진 독자]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 지하 2층 창고로 쓰이는 공간. [사진 독자]

제2생활관 지하엔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혹시나 외부 인력이 몰래 숨어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선거연수원 측 협조를 얻어 들어가 봤다. 지하 공간엔 플라스틱관, 박스 등 각종 공사 장비가 널브러져 있었고, 벽면에는 곰팡이가 잔뜩 슬어 누군가 머무르기엔 부적합했다. 선거연수원 측은 “해당 건물이 과거 농촌진흥청 시절 외국인 주택으로 쓰였는데, 당시 국내 농업기술을 배우려고 유학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중국인 간첩 숙소로 둔갑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