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전 몇주 내 종전”…마크롱 “우크라 항복 안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전쟁은 몇 주 안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언론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종전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초점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을 달성하고 영구적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자 어쩌면 유일한 시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의 ‘시급성’에 방점을 찍은 데 반해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 보장’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 마크롱 대통령은 “분쟁을 종식시키고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하며 지속적인 평화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휴전을 원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 재건뿐만 아니라 장기적 안전 보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이 평화는 우크라이나 항복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주권을 허용하고 우크라이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다른 이해 관계자와 협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우리는 좀 지켜볼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유럽군 배치, 푸틴도 수용할 것”

이날 미ㆍ프랑스 정상회담에서는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를 수용할지와 관련해 “그(푸틴)는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유럽은 더 강력한 파트너가 되고 이 대륙의 국방ㆍ안보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기꺼이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협의 중인 ‘광물 협정’ 체결과 관련해선 “(타결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미국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젤렌스키 “독재자” 칭했는데 푸틴엔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방문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경제 발전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도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과 미ㆍ러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개발 거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저는 그 단어(독재자)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는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아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공을 거듭 규탄하고 제재를 확대하는 분위기와 정반대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향후 12개월간 전년도 수입량의 80%로 제한한 뒤 수입량을 점차 감축해 2026년 말부터는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족) 미국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양자회담을 가지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족) 미국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양자회담을 가지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침략’ 빠진 美결의안, 유엔서 거부

또 이날 유엔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규탄한 이전 유엔총회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통과됐다. 우크라이나가 제출한 결의안인데, 한국을 비롯해 주요 7개국(G7) 회원국 등 50여 개국이 공동 발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안에 반대한 미국은 종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러시아 침략’을 거론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관련 내용도 뺀 별도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거부됐다. 이후 러시아 침공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8표로 채택됐다. 미국은 수정 결의안에 기권했다.

아울러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결을 촉구하는 미국 주도 결의안이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채택됐다. 당초 러시아 침략 책임을 담지 않은 결의안에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반발해 수정안이 잇따라 부결된 끝에 과반 찬성에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불(不)행사로 가결처리됐다.

미국이 낸 결의안에 상임이사국 중 동맹국인 영국ㆍ프랑스가 반대하고 적성국인 러시아ㆍ중국이 사실상 동조하는 묘한 장면이 펼쳐진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2년간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된 한국은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트럼프 “加·멕시코 25% 관세 예정대로”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캐나다ㆍ멕시코에 30일 유예한 ‘관세 25%’ 조치와 관련해 “시간과 일정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예정된 날짜에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양국이 국경 단속 강화 조치 등을 내놓자 관세 부과를 3월 4일까지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리는 캐나다와 멕시코뿐 아니라 많은 국가로부터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아왔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관세) 상호주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 만남은 지난해 12월 7일 프랑스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때 있었던 회동 이후 두 달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