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국민 25만원’에 與 ‘소상공인 100만원’…본격화된 돈풀기 경쟁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 업체 현장 방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세번째는 최재형 전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 업체 현장 방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세번째는 최재형 전 의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을 앞두고, 여야의 돈 풀기 경쟁이 과열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24일 영세 소상공인에게 1인당 100만원의 바우처(voucher·쿠폰)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업체에서 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지금 경기가 어려워 특히 영세기업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1인당 100만원 정도 바우처로 공과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우처 지원 대상은 연 매출 1억 400만원 이하의 소상공인으로 약 760만명 규모다. 이들에게 100만원씩 바우처를 지원해 전기·수도·가스요금과 보험금·판촉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7조 6000억원이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처럼 전 국민에게 뿌리는 건 아니지만, 평소 여당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선심성 지원에 신중했던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규모”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소상공인 지원 카드를 빼 든 건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자체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정(361만명)에 10만원을 추가로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데 13조 1000억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날 선 공방도 주고받았다. 권영세 위원장은 24일 “(여당 지원책은) 나라에 있는 돈을 아무렇게나 25만원씩 뿌려서 여유 있는 사람에게도 줘서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려운 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 지원책은 소상공인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엉뚱한 처방”이라며 “공과금 지원으론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소비쿠폰과 달리) 매출 증대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이냐 소상공인이냐 차이는 있지만, 여야가 현금성 지원 경쟁에 돌입한 건 결국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심 잡기 일환이라는 평가다.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쯤 탄핵심판 결론을 내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할 경우, 2개월 뒤인 5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여당 중진 의원은 “결국 두 달 남짓한 단기간에 표를 끌어모아야 하는데, 여야 모두 선심성 공약을 가장 쉬운 득표 수단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2023년 56조4000억원, 지난해 30조8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하는 등 재정 여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여야가 수조·수십조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 대책을 경쟁하듯 들고나온 건 국가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성 득표 싸움이라는 지적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 백년대계랄 수 있는 연금개혁은 정쟁 속에 멈춰있는데, 여야가 선심성 지원부터 손을 대는 형국”이라며 “특히 여야 모두 지원책의 효과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기보다는 표심을 겨냥해 대책을 급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권이 포퓰리즘 경쟁에만 몰두하면 국가 개혁 등 장기적인 미래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