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현장에서 28일 경찰과 국과수,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명의 사상자를 낳은 세종-포천 고속도로 교량 상부 구조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발주처와 시공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기관 합동 현장 감식에 나섰다. 붕괴 재해 사흘 만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상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전담수사팀은 28일 오전 9시30분부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본사, 현장사무소와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장헌산업·강산개발 등 4개 업체 7개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영장 집행에 투입된 수사관은 경찰 43명, 고용노동부 32명 등 총 75명이다. 압수수색 영장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에 앞서 경찰은 빔 런처(beam launcher)로 거더를 설치한 장헌산업 관계자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만큼 공사 관련자 과실을 면밀히 파악하고 관련자들을 다각도로 조사할 것”이라며 “안전보건 기준을 준수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처를 취했는지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기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현장 감식엔 수원지검 평택지청 검사 등 검찰 관계자 4명과 산업안전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조사관 등 6개 기관 42명이 참여했다.
붕괴 현장은 청용천교 교량 공사 현장(265m)으로 최고 높이가 56m(최저 38m)에 이르는 높은 곳이라 접근이 쉽지 않아 다음달 3일부터 대형 크레인과 3D 촬영장비 등 중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또 상판의 콘크리트 강도와 내부 철근 배합이 기준에 부합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잔해를 수거해 정밀 감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 계획서대로 거더 설치 장비를 전개했는지, 사용한 콘크리트, 철근 배합률 등은 적정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수사전담팀은 28일 오전 천안 서북구 입장면 양대리~ 안성 서운면 인리 경계 세종-포천고속도로 9공구 세종-안성 구간 청용천교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했다. 사진은 오석봉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 손성배 기자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세종-포천고속도로 세종-안성구간 9공구 청용천교에서 빔 런처를 활용한 교량 건설 공법(DR거더 공법)으로 공사 도중 런처를 후방(포천 방향)으로 이동하다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거더 24본이 떨어졌다. 발생 전날인 24일 기준 공정률은 61.7%였다. 붕괴 재해가 발생한 구간의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공동도급 컨소시엄으로, 주관사는 57.2%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 계동 본사 사옥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었다. 주우정 대표이사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분들과 부상자, 가족들께 머리 숙여 사과 말씀 드린다. 국토교통부의 원인 규명과 현장 수습에 투명한 결과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접 주민들도 단수, 주택 파손 등 피해를 입었다. 특히 사고를 직접 목격한 주민들은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최초 신고자이자 붕괴 현장에 가장 인접한 주택에 거주하는 김오식(54)씨는 “상판 위 오른쪽에 2명, 장비 쪽에 예닐곱명이 서 있는 걸 보고 차에 탔는데, 5~6초 뒤에 끼이익 하는 기계 찢어지는 것 같은 굉음이 난 뒤 다리가 폭삭 무너졌다”며 “놀란 마을 주민 4명은 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웃 주민인 하모(70)씨도 “마당에서 머리 말리다 붕괴 장면을 보고 넘어져 119에 실려갔다 왔다”며 “안성은 주민 지원이 이뤄지는데, 다리(산평교) 건너 천안 쪽은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천안시는 다음달 4일부터 심리상담 등 지원을 예고했다.

세종-포천고속도로 9공구 세종-안성 구간 청용천교 교량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주민이 호소문을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