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경제장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동맹에도 예외 없는 트럼프발(發)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협력을 강조하며 “관세 면제” 설득에 나섰다. 

최 권한대행은 28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화상 면담을 했다. 최 권한대행은 베센트 장관에게 “상호관세 등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를 고려하는 등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 경제·안보 문제와 관련해 긴밀한 한ㆍ미 협력이 중요하고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국의 경제장관 간 회담이 이뤄졌다. 최 권한대행이 이번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불참하고, 베센트 장관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회담은 화상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서 최 권한대행은 탄핵 심판으로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지만 견고한 경제시스템과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금융ㆍ외환시장 변동성이 빠르게 완화되는 등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화상 회담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전 8시15분부터 30분 안팎 진행됐다. 최 권한대행과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계획과 환율정책 등 양국 현안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베센트 장관은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을 창업한 인사로, 월스트리트 금융 경험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경제사령탑으로 발탁됐다.  

방미 중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 역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안 장관은 미국 측에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조선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관세 조치에 대한 실무 협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측에서는 조현동 주미대사 등도 참석해 1시간가량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미국산 가스ㆍ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통해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안 장관은 또 양국의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준비 상황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