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비녀 꽂고, 남자는 상투 틀었다…인니 K-의례 성년식

우리예문화원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에서 한국 전통 성년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 우리예문화원

우리예문화원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에서 한국 전통 성년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 우리예문화원

“K-팝과 K-드라마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는 이렇게 예쁜 옷도 있었네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시트라와 교사 요하나가 한국의 민간단체에 보낸 감사 편지에 적힌 내용이다. 이들은 이 단체가 인도네시아 현지로 들고 온 한복을 입어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서 진행된 성년식 

(사)우리예문화원(이사장 송의호) 회원 13명은 최근 ‘아름다운 K-의례 알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찾았다. ‘아름다운 K-의례 알리기’는 우리예문화원이 매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행하고 있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수마트라섬 중심 도시인 메단의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에서 이뤄졌다.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는 대형 사립학교다. 이 학원 쿠스란 이사장은 우리예문화원을 맞이하기 위해 공자의 가르침인 인(仁)을 강조하는 문구를 교내 곳곳에 붙여뒀다.

한국식의 전통 성년식은 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과 교사는 수백 명에 달했다.


우리예문화원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에서 한국 전통 성년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리예문화원

우리예문화원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푸트라 방사 베르부디' 학원에서 한국 전통 성년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리예문화원

  
한국 방문단은 성년식에 필요한 남자용 갓과 도포, 두루마기, 여자용 비녀, 의복은 물론 놋그릇, 술잔까지 한국에서 챙겨갔다. 행사는 남학생 4명의 관례(冠禮)에 이어 여학생 4명에게 계례(筓禮)를 치렀다. 관례와 계레는 어른이 됐다는 상징으로, 남자는 상투를 틀고 관을 씌워 주며 여자는 쪽을 찌어 비녀를 꽂아 준다.

한복에 큰 관심 보인 학생들 

이 과정에서 처음 한복을 입어 본 학생들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성년식 행사가 끝나고도 한복을 입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앞다퉈 한복 치마와 저고리를 입어보고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이 한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한복을 직접 입어보게 돼 신기하고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우리예문화원은 준비한 여벌 한복을 학교에 기증했다.

성년식과 함께 우리예문화원은 한국 전통 혼례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쿠스란 이사장은 “다음에도 우리예문화원이 학교를 방문해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김치 등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예문화원은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 여러 국가를 돌며 한국 문화 알리기를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K-의례 알리기’ 행사의 내년 행선지는 일본으로 정해진 상태다.

송의호 우리예문화원 이사장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 지 10년 정도 됐다”며 “갈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아름다운 K-의례 알리기 행사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