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3년 대통령' 구상…'이재명=기득권' 프레임 노리나

홍준표 대구시장(왼쪽부터)·오세훈 서울시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부터)·오세훈 서울시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연합뉴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5년이 아닌 3년으로 단축해 개헌 추진 동력을 얻자는 주장이 여권에서 잇따르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그분은 5년간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이고, 헌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87년 체제는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대표의 29번의 탄핵 시도,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국민이 또 겪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연극을 관람한 뒤 기자들로부터 개헌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그러면서 “(개헌을 위해) 우리 모두가 희생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87 체제를 문 닫겠다는 자세와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이 대표와 ‘5년’을 연관지은 건 자신이 지난달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인터뷰에서 “만에 하나 올해 대선이 열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이끌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전날 3·1절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개헌을 이루고 3년 뒤 물러나겠다는 굳은 약속이 없다면, 지금의 적대적 공생 정치는 더 가혹하게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에 앞서 3년 대통령 구상을 여권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공개된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구상의 핵심은 ‘차기 대통령이 임기 중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하되, 차기 대통령 임기는 5년→3년으로 줄여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게 하자’였다.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에서도 “우리 당에서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그 다음 총선(2028년) 시기에 맞춰서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물러나자”면서 “우리 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이 되면 민주당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있을 경우) 이번에 뽑히는 대통령은 3년으로 임기를 단축하자”며 3년 대통령 구상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추진을 시사한 이후 이처럼 여권에선 개헌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여권의 차기 주자 대부분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3년 대통령’ 구상엔 여전히 이견도 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년 대통령 구상에 대해 중앙일보에 “수천 억원 들여 3년 짜리 대통령을 뽑는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대통령이 돼서 잘 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지난달 18일 본지 인터뷰에선 “다음 정부에서 (개헌안을) 논의한 뒤 2028년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고 2030년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하면 주기가 맞다”고 말했다.

보수 주자들 가운데 꾸준히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헌 자체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제가 있다면 차근차근 고쳐야지 국가 전체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헌법이 문제다’라고 하는 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6/뉴스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6/뉴스1

 
국민의힘 주자들이 임기 단축까지 불사한 개헌론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지지율이 압도적인 이재명 대표와 대조적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재명 대표와 달리 희생 이미지를 보이려는 승부수”란 평가가 있는 반면 “불리한 판을 뒤집어보려는 꼼수”(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민주당에 개헌을 압박할 방침이다. 개헌특위는 4일 첫 회의를 열고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을 둔 개헌안 마련에 착수한다. 친윤계 의원은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도 개헌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