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번엔 '젤렌스키 교체' 겁박…발끈한 유럽, 대안이 없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미국이 공개적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교체 필요성을 거론하며 ‘광물 협정 노딜’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유럽이 발끈하면서 우크라이나를 거들고 나섰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러시아와 협상을 해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면서였다.  

월츠는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인적·정치적 동기가 전쟁 종식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 큰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엄포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만일 미국이 정권 교체에 나설 경우 이미 시작한 종전 협상까지 파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디까지나 월츠의 발언은 젤렌스키를 종전 협상에 끌어내려는 외교적 압박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교체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건 젤렌스키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고 바라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긴장 수위를 애서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종전을 의미하는) 평화협정이 없으면 경제협정(광물협정)은 불가하다”고 맞받아쳤다.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를 감싸고, 미국과 러시아에 대항해 단합된 모습을 연출하며 사태 봉합에 들어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 유럽 정상들과 비공식회의를 한 뒤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는 데 나아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명확한 청사진이 나오진 않았지만 ‘의지의 연합’은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중심의 평화구상으로 보인다.  

'의지의 연합'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면서 처음 쓴 표현이다. 영국은 당시 ‘의지의 연합’ 소속으로 참전했었다. 미국과 유럽이 한 편이었던 때를 상기시키며 미국의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유럽은 이날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약속하는 한편, 한 달간의 휴전도 제안했다. 또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의지의 연합’이 주도하는 종전 구상이 미·러에 제대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은 물론 스페인·폴란드 등이 합류 의사를 따로 밝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CNN 역시 “(유럽 정상들의 회담을 통해) 미국의 지원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등은 안전보장의 일환으로 유럽국의 군대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겠다고 하지만, 한 영국정부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감시 및 공중 지원이 없으면 (유럽의 독자 파병은) 실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또 유럽 국가들이 약속한 방위비 증강의 경우 각국의 국내 정치 역학과 무기조달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면 단시일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영국이 무기구매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22억6000만 파운드(약 4조1647억원)의 차관 역시 공짜는 아니다. 영국은 러시아의 해외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차관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는 3일 트루스소셜에 “우린 푸틴 보다는 성범죄 조폭, 마약상, 살인범, 정신병자 등 외국에서 들어온 인간들에 더 걱정해야한다”며 “유럽처럼 되지 않으려면”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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