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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에서 한 행인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말 이주호 부총리는 의협과의 비공식 석상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을 표했다. 증원·동결을 명시하지 않고 '제로베이스 논의'만 강조해온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이달 의대가 본격적인 개강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휴학 사태가 재발할 거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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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한 행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복지부, 총리실 등의 입장이 다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의료개혁이라는 큰 틀을 지키면서 당장 개강해야 하는 의대생들의 정원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 개선, 필수의료패키지 등도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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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충북 청주의 충북대 의대 내에 의대 증원 반대 현수막이 걸린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무조건 반대만 내세우기보단 내년 정원 동결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정부와 테이블 앞에 앉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대안 없이 거부만 반복하면 국민 지지도 못 얻고, 의료계 요구도 관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사직 전공의도 "강경파들은 여러 요구를 내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걸 다 얻는 협상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의협이 내부에서 욕을 좀 먹더라도 정원 동결에 합의해야 다수가 복귀할 명분이 생기고,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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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대병원 내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의대 교수는 "이대로 가면 신규 의사, 전문의 배출이 안 되면서 의사 양성 시스템 자체가 끊기게 될 것"이라면서 "휴학이 올해까지 길어지면 의대 교육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도 정부가 정원을 동결하고 의협이 받아들이면 복귀를 고려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소재 의대생은 "대부분은 주변 눈치를 보고 있지만, 정원이 동결되고 24·25학번 분리 교육 대책만 나온다면 절반 정도는 (복귀 쪽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이젠 더 시간을 끌지 말고 의협이 (정부의) 3058명 안을 받아야 한다. 대화가 가능할 때 대화를 해야 하는 만큼 의대 교수들도 의협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