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리더십 실종 한국, 트럼프와 협상 관건은 반도체 수출"

지난달 27일 CSIS는 ‘한국의 인공지능(AI) 야망’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마크 리퍼트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겸 CSIS 선임고문,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그레고리 앨런 CSIS AI센터 디렉터, 앤드류 그로토 스탠포드대학교 국제 보안협력 센터 연구원. 유튜브 캡처

지난달 27일 CSIS는 ‘한국의 인공지능(AI) 야망’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마크 리퍼트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겸 CSIS 선임고문,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그레고리 앨런 CSIS AI센터 디렉터, 앤드류 그로토 스탠포드대학교 국제 보안협력 센터 연구원. 유튜브 캡처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은 계엄이 불러온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을 쏟고 트럼프의 수출통제 정책에 면제권을 받기 위해 노력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CSIS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인공지능(AI) 야망’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회에는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마크 리퍼트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겸 CSIS 선임고문, 그레고리 앨런 CSIS AI센터 디렉터, 앤드류 그로토 스탠퍼드대학교 국제 보안협력 센터 연구원이 참석했다.

미국 내 한국 전문가이자 정치학자인 빅터 차 석좌는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이 경제에 미칠 역학관계에 주목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에 대해 면제권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며 중국 등에 반도체 수출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정치 위기는 한국이 더 공격적인 노력을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과거 두 번의 탄핵 위기 속에서 경제적으로 회복했던 경험을 근거로 제시했다. 차 석좌는 “2004년 첫 번째 탄핵 사건 때는 중국이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하고 있었으며, 2017년 두 번째 탄핵 때는 글로벌 반도체 대호황기로 수출을 이끌었다”라며 “따라서 두 번의 정치적 위기는 한국 경제에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시기에는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은 없지만 트럼프 관세와 같은 변수가 있고, 이러한 변수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를 생각할 때 정치적 역동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사인 보내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양자컴퓨터, AI 반도체 등 전략물자로 추가 지정된 물품을 수출하려면 산업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밝혔다. 또한 대(對) 러시아 의료기기 수출에 대해 예외적으로 상황 허가를 면제하기로 했다. 차 석좌는 이를 두고 ‘한국이 트럼프 정부에 보내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역시 자국의 기술이 해외로 나가는 걸 옥죄면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한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수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와의 경제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이 공백 상태인 한국이 미국의 새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크 리퍼트 부사장은 “지금은 정부의 수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가장 높은 두 인물이 만나서 일대일 협상으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라며 “최근 한국 기업 대표단이 워싱턴에 와서 그 공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옳은 방향으로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우며 마치 2017년 데자뷰와도 같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민간경제사절단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난 바 있다.  

트럼프 정책은 어디로?

 
한국은 트럼프의 인공지능(AI) 수출통제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통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수출에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앨런 CSIS AI센터 디렉터는 AI 발전은 임계점을 지나치면 기하급수적 속도로 발전하기에, 지금이 통제를 해야 하는 적기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통제정책 역시 느슨해지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워싱턴 싱크탱크 내에서도 트럼프의 ‘협상 가능성’에 주목한다. 차 석좌는 “트럼프의 특성상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해 보인다”라며 “오히려 트럼프가 정말 반도체 제조 지배력을 유지하고 싶어 수출통제를 행하는 것인지, 그저 이것을 협상의 한가지 패로 활용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