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 무역과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관세(25%)를 부과하겠다”며 “관세율이 정확히 얼마일지는 대통령과 그의 팀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날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의 압박이 단순히 엄포가 아니었음을 뜻하는 관세 전쟁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처음 한 달은 관세 행정명령 서명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 부과 관련 서명(3월 4일 발효)이 시작이다. 이어 10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3월 12일 발효)→13일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4월 2일 발효) 서명으로 이어졌다. 15일에는 행정명령은 아니지만 유럽연합(EU)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4월 2일 발효)했다.
향후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과녁도 경고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구리 및 관련 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처럼 구리 제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경우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인 3월 2일에는 목재 수입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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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해당 기간 한국 정·재계는 ‘탄핵 정국’이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접촉에 공을 들였다. 다만 '만났다'는 사실 외에 뚜렷한 성과는 없다는 평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6~28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을 면담했지만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원론적인 요청을 하는 데 그쳤다. 재계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단장으로 한 경제사절단이 지난 19~21일 미국을 방문했지만 러트닉으로부터 “최소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투자를 원한다”는 ‘청구서’만 받았다.
‘운명의 3월’ 한국에 필요한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가 한국에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 무기로 삼아 캐나다·멕시코에 마약 규제를, 군사 지원을 약점 삼아 우크라이나에 광물 자원을 요구한다. 결국 관세 부과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조선업 지원 등이란 점부터 분명히 알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참고 사례도 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의 관세 ‘1차 타깃’이 중국·캐나다·멕시코·EU 등인 만큼 다른 국가 대응 사례부터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특히 안보·경제 면에서 가장 상황이 비슷한 일본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발 빠르게 트럼프와 만났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위비 증액 등을 약속한 덕분에 미국의 관세 과녁에서 한 발 벗어났다고 평가받는다.
장상식 원장은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 흑자를 ‘슬기롭게’ 줄이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전략을 대응 기조로 삼되 미국에도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산업에서 핵심 파트너이자 동북아 정세 균형추란 점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