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작년 8월초부터 '이재명·한동훈 조치해야' 언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초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비상대권을 써서 조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김 전 장관이 12·3 계엄 당일 지시한 ‘체포 대상자 명단’에 관해 “두 사람에게서 평소 많이 듣던 명단”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김어준이 여론 조작을 제일 많이 한다고 했다”는 등이다.

尹 “현재 사법체계선 이재명 어떻게 할 수 없어”

여 전 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하면서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다.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외에 민노총 관련자들, 경기동부연합 말을 많이 하면서 이석기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당시엔 (12월 3일) 14명 체포 대상자에 포함된 법관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날 본행사를 마친 뒤 대통령 관저에서 여 전 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에 김치찌개를 대접하며 “한동훈 등 정치인, 민노총 등 좌익세력, 좌익 언론인에 대해 ‘사람 품평’을 하며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고 재차 얘기했다고 한다. 이어 11월 9일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공관 만찬에 와서 “비상대권이라도 써서 나라를 정상화시키면 주요 우방국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고도 진술했다.

“尹, 평소 김어준 여론 조작 많이 한다고 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여 전 사령관은 다만 구체적인 14명 체포 대상자 명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며 “이재명, 조국, 한동훈, 우원식, 이학영, 박찬대, 김민석, 김민웅, 김어준, 양정철, 양경수, 조해주, 김명수, 권순일”이라고 했다.

이 중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여론조사 꽃을 설립한 “‘김어준이 여론 조작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여론조사 꽃은 계엄 당시 JTBC‧MBC‧한겨레신문 등 언론사와 함께 봉쇄 지시가 내려진 곳이다.


검찰이 확보한 지난해 11월 4‧9일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에는 계엄 당일의 14명 명단과 달리 “김현지, 강위원, 정진상, 이석기, 최재영” 등 5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 “(이 중) 김현지 등 4명은 이재명의 측근들 이름”이라며 “김 전 장관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계엄 당일이 처음이었다”는 거듭 강조했다.

여인형 “계엄인지 떠보려고 휴가 보고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6시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조만간 계엄을 하기로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비상계엄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 꽃 등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 전 사령관은 “(계엄에 대해) 떠보려는 의도로 12월 1~2일 휴가를 간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다녀오라고 해서 ‘계엄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위원 탄핵, 특히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 말씀을 많이 했다.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 발언의 강도가 올라갔다는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휴가 이후인 지난해 12월 3일 출근했다. 그는 “점심 때쯤 육군참모총장이 오후에 장관님께 보고를 하러 간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저녁 쯤엔 (대통령) 담화문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찜찜하네’ 생각했다”며 “속으로는 ‘설마 오늘 계엄은 하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설사 대통령께서 계엄을 해도 국무회의 등의 선을 못 넘어갈 것이라고 봤다”고 검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