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 의대정원 원복" 8개 의료단체, 이주호에 공문 보냈다

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4일 신학기가 개강하는 데도 의대생이 복귀할 기미가 없자 관련 단체와 대학병원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의료계 원로가 동조 성명을 발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3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이하 의교협)는 지난달 2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3대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2026년 의대 정원을 2024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하고 ▶2027년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의학교육 질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을 구체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교협은 3대 요구사항과 관련해 12개 소속 단체 의견을 수렴했는데, 대한의학회·한국의학교육평가원·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한국의학교육학회·대한기초의학협의회·의학교육연수원·국립대학병원장협의회·사립대의료원협의회 등 8곳이 동의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4곳은 회신하지 않았다.

이번 공문의 핵심은 정부 주도로 올해 1509명 늘린 의대 정원을 1년 만에 원상 복구하자는 내용이다. 지난달 24일 KAMC가 이주호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식 반응이 없자 이번엔 의학교육 단체들이 대거 나선 것이다. 이 부총리가 "2월 내 사태 해결"을 공언했지만, 성과가 없는 것도 이들 단체가 움직이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한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한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교협은 공문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정책에 따른 대규모 학생 휴학과 의대 학사 운영 대혼란으로 의학 교육 시스템이 붕괴한 데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한다"며 "의대 교육이 불가능해지고 의사 양성이 늦어지면 국민 의료의 질 유지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진우 의교협 회장은 중앙일보에 "개학이 닥쳤는데도 의대 학생들이 돌아올지 망설이고 있다. 복귀가 늦어질수록 교육 파행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의교협 소속 단체들이 지금 유일한 해법은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데 전폭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인겸 기초의학협의회장은 "회원들이 다 비슷한 (지지) 의견을 냈다"며 "정부가 정원 동결을 공식화하면 학교나 교수들이 학생을 설득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원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대한의학회 전·현직 회장 7명 등의 의료계 원로들은 4일 의교협의 3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정부의 해결 노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교육부는 의대생 복귀에 몸이 달아있고, 복지부는 전공의 복귀를 더 중시해 부처 간에 엇박자를 낸다. 이 부총리의 2026학년도 정원 동결 움직임에 복지부는 "협의한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토한다. 총리실·대통령실도 교육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말 교육부는 교육 마스터플랜 발표를 연기한 바 있다. 증원 동결 방침도 발표하려다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맞은편에 선 의협도 강경파가 정부와의 대화 움직임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 동결을 공식 선언해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의대 교수들도 학생 복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26학년도 정원에 대한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의협회장도 의대생 복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원 동결)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