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전공의에 가해자와 공동 배상 물려…법적 보호 절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의료사고 관련 민형사상 소송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빈번해 법적인 보호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최근 의료사고 관련 판결문을 근거로 “전공의가 혼자 해도 되는 것으로 알려진 의료행위를 하다가 과실을 했다거나, 아래 연차 전공의나 간호사를 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독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허 교수는 “약자인 전공의에 대한 법적 보호가 미비해 민사 소송에서 배상책임자로 병원과 전공의까지 엮는 사례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법원이 데이트폭력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가 숨지자 그를 진료한 전공의, 병원에게 폭력 가해자와 공동으로 손해 배상하게 한 판결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마취통증의학과 1년 차 전공의인 해당 의사는 뇌출혈로 실려 온 환자의 응급수술을 위해 중심정맥관 삽입 시술을 했으나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해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의료계에선 해당 시술을 할 때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는 입장이다. 

 허 교수는 “전공의는 피교육자이자 수련생 신분”이라고 강조하며 “전공의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대학병원의 테두리 안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가 의료사고에 연루됐을 경우 완전한 면책까지는 힘들더라도 적어도 단독 책임은 묻지 않거나 감형을 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박재일 씨는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 중 12명이 수련 과정에서 의료 소송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누가 응급의학과에 지원하겠느냐”라며 “결국 필수과를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2015년 전공의특별법 원안이 발표됐을 때 수련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는 수련병원에 있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후 법 통과 과정에서 삭제됐다”라며 “병원의 책임을 명확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 김찬규 씨는 2016년 전공의법 도입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공의는 주당 80시간(교육 목적으로 추가 8시간  연장 가능) 일하고, 연속으로 40시간까지 근무한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미국 80시간(예외적으로 88시간), 일본 80시간, 독일 42시간(예외적으로 80시간) 등이지만 연속 근무는 대체로 2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교육생보다는 근로자쪽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다. 전공의에 대한 수련 비용 전부를 수련병원이 부담하다보니 병원에선 전공의에 대한 교육보다는 노동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다.  김씨는 “1950년대 이후 지속된 도제식 교육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라며 “독립된 수련평가기관을 만들고 수련의가 직접 수련환경에 대한 개선 의견 내는 바텀업 방식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명옥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수십년간 의료선진국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전공의들은 수련생과 의료인이라는 이중 신분으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더이상 사명감과 소신으로 의료전달체계 최전방에 서 있는 젊은 의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소송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제는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전공의들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그동안 전공의 수련과 의료사고 안전망의 문제가 당사자가 알아서 해결하면 되는 문제인 것처럼 방치한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공적투자 확대, 공적배상체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