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식재산위 2차 지식재산 정책 포럼

7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2차 IP(지식재산) 정책포럼’에서 이광형 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우리나라가 특허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특허 무효율을 보면 한국은 거의 동전치기 수준이다.” “이제는 특허 수가 아니라 고품질 특허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7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열린 ‘제2차 IP(지식재산) 정책포럼’에서 국내 특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포럼을 주최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국제특허출원(PCT) 기준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1위, 미국과 일본이 그 뒤를 잇는다. 또한 한국 특허청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함께 ‘IP5’(Intellectual Property 5) 국제 협의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과와 달리 내실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제특허출원 세계 4위 대한민국. 자료:특허청
높은 특허 무효율, 취약한 법적 안정성

지선구 금오공대 교수
이날 포럼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지선구 금오공대 교수는 한국의 특허 무효율이 44.4%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11.3%)이나 미국(31.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연구ㆍ개발(R&D) 성과를 특허로 출원하더라도, 기술 탈취나 법적 분쟁으로 인해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지 교수는 “특허가 등록되어도 법적 안정성이 낮아 기업이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품질 특허를 유지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 50~60%에 달했던 특허 무효율을 2023년 11.5%까지 낮췄다. 특허는 기업 입장에서 세계 최초 기술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허를 받는 과정에서 기술성을 입증받게 되면, 기술 혁신은 물론 투자유치나 M&A를 통해 기술이전 사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지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벤처 기업들에게 기술 탈취 이슈가 심각하다”며 “특허는 이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고품질 특허의 필요성과 전략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이 부회장은 고품질 특허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명확한 청구 범위 작성 ▲병렬적 청구항 구성 ▲선행기술 조사 및 회피 설계 강화 ▲발명자와 변리사의 협업을 통한 명세서 정교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이미 선행기술 조사와 명세서 작성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특허 확보와 정책적 지원 필요
특허 심사 인력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현재 한국 특허청 심사관 1인당 연간 처리 건수는 181건으로, 미국(62건), 일본(148건)보다 훨씬 많다. 지 교수는 “심사관 한 명이 하루에 두 건 이상의 신규 심사를 하는 현실에서는 고품질 심사가 불가능하다”며 “심사관 증원을 통해 특허 심사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품질 특허 정책이 산업 경쟁력 좌우
포럼을 주최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이광형 KAIST 총장은 “R&D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혁신 스타트업들이 기술 탈취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동전치기 수준인 특허 무효율을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특허강국이라는 자랑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허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정부와 기업, 연구소가 협력해 고품질 특허를 창출하는 국가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성호 특허청 차장은 “특허 무효율 문제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특허청에서도 고부가가치 특허, 즉 명품특허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출원·, 심사심판·거래·사업화·수출 등 지식재산 생태계 전반에서 정책을 재정비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 총장을 비롯, 목 차장을 비롯,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예범수 한국지식재산협회장 등 주요 지식재산 관련 기관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