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김. AP=연합뉴스
재미 교포 마이클 김(31)은 PGA 투어의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2018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압도적으로 우승한 후 갑자기 길을 잃었다. 대학 동료였던 마이클 위버는 “기술적인 문제였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됐다”고 했다. 세계랭킹은 1000위를 훌쩍 넘었고 당연히 2부 투어로 밀렸다.
9일(한국시간) 미국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시그니처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마이클 김은 5언더파 67타를 쳤다. 코스를 어렵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아널드 파머 코스에서 이글을 두 개나 잡아냈다.
마이클 김이 PGA 투어에서 642라운드를 하는 동안 한 라운드에서 이글 두 개를 한 건 처음이다. 거리도(평균 305야드) 부쩍 늘었고, 자신감도 충만하다.
그는 577야드 파5인 12번 홀에서는 페어웨이 벙커에서 2온을 시도해 그린 사이드 벙커로 보냈다가 36야드 벙커샷을 홀인 시켰다. 마이클 김은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라이가 좋으니 홀인해라’고 해줬는데 실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클 김. 성호준 기자
마이클 김이 이번 대회만 잘 한 게 아니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PGA 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2023년 1부 투어로 복귀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최근 4경기에서 톱 10 2번에 가장 못한 게 공동 13위다.
피닉스 오픈(2위)과 코그니전트 클래식(6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공동13위)에선 우승 경쟁을 했다. 대부분 어려운 경기장에서 벌어진 최근 5경기에서 마이클 김의 평균 타수는 68.52타다.
현재 페덱스 랭킹 16위인데 이 순위로 경기가 끝난다면 10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기세라면 미국 골프 선수들의 꿈인 라이더컵에도 나갈 수 있다. 마이클 김은 아마추어 시절처럼 다시 엘리트 반열에 합류하게 된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UC 버클리 대학 재학중이던 2013년 미국 아마추어 대표로 유럽과의 대륙 대항전인 워커컵에 출전했다. 저스틴 토머스와 맥스 호마 등과 함께 한 미국 대표팀에서 마이클 김이 에이스였다.
그 해 대학 최고 선수 상인 하스킨스상, 1부 대학 최고 선수상인 잭 니클라우스상을 동시에 받은 선수였고, 워커컵에서 3승 무패를 기록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에 가서는 한 번 우승 후 어려움을 겪었다.
마이클 김은 “2018년 첫 우승을 한 후 여유가 생겨 스윙 교정을 하다가 꼬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사라질 무렵 숀 폴리를 찾아게 함께 스윙을 잡으려 노력했다. 오래 노력했으나 지난해 말 볼 위치를 바꾼 게 마지막 퍼즐을 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이클 김과 안병훈 등을 가르치는 숀 폴리. 성호준 기자
올랜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