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5년 간 1만명을 늘리겠다고 한 지 1년1개월 만이다.
복귀 시 학년이 겹치는 24·25학번 신입생은 분리해 교육, 졸업을 시키는 방안도 내놨다. 다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부 안은 철회된다. 유급·제적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정원도 지난해 정부가 배정한 5058명으로 확정된다.
“3월까지 복귀 전제로 증원 원복”
교육부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의총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함께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침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의대 학생들의 복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기로 협의했다”고 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반대로 의대생들이 돌아와야 또 전공의가 돌아온다는 의견도 많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의료계와 신뢰를 회복하고 학생, 전공의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 증원 원상복구 안은 의학교육계에서 먼저 제안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입생마저 수업 거부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정상적인 의료인 양성이 힘들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AMC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수용할 경우 의대생을 반드시 복귀시키겠다”는 취지의 학장들이 서명한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내부 이견이 있었던 의총협도 “전학년 의대생이 복귀한다는 전제 하에 의대 모집인원을 총장이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동참했다.
단, 정부는 정원 조정의 조건으로 학생 복귀를 내걸고 시한을 이달 말로 못 박았다. 이달 말은 3월 초 개강을 기준으로 수업일수 4분의1이 지나 출석일수·성적 부족으로 유급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 말 이후 복귀 현황을 체크한 후 4월 말까지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모집인원을 조정하는 대입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면 인원 절차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24,25학번은 분리 교육·졸업

정근영 디자이너
교육부는 복귀 시 학년이 겹치는 24,25학번 신입생들의 교육 방안도 제시했다. 학생들이 복귀한다면 입학 직후 휴학한 24학번 3000여명에, 올해 합격한 4500여명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교육부는 두 학번을 분리해 교육·졸업시키는 교육과정 모델 네 가지를 각 대학에 제시했다. 이 중 3개 모델은 모두 24학번이 25학번보다 먼저 졸업하는 모델이다. 예과 1~2학년, 혹은 본과 3~4학년 과정 일부를 단축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국가고시 및 전공의 선발 일정 등도 유연화 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기간을 줄이는 것뿐, 배워야 할 것을 생략하는 등으로 교육과정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며 “교육과정 모델은 각 학교가 사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인원 증가에 맞춰 교원, 시설 확대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총 6062억원을 투자해 상반기에 의대 교원 총 595명을 신규 채용하고 강의실 등 리모델링도 진행하고 있으며, 증원된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하는 2029학년도에 맞춰 2028년까지 임상교육훈련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미복귀 시 증원 원복 철회

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일인 4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뉴스1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러한 제안은 모두 철회된다. 이 부총리는 “미복귀 시 내년도 정원은 (작년에 정부가 배정한) 5058명”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부와 의대 간 불신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진다”며 “정부의 의료정책이 의료계의 지지가 없을 때 그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듯이 우리 의료계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없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학생들의 유급, 제적 등 불이익 조치도 학칙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서울대, 건양대를 제외한 대부분 의대는 입학 후 첫 학기는 휴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3학기 연속 휴학도 불허하고 있다. 휴학이 승인되지 않으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F를 받는 과목이 누적돼 유급을 받고, 유급이 누적되면 제적될 수 있다.
이날 의총협 공동대표로 브리핑에 참석한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학생들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미등록·미복학은 제적, 등록하고 복학한 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업일수 결손에 따른 유급 처리뿐”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작년에 학사 유연화 방침 등으로 개강 시기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했음에도 경희대 등 5개교는 학칙에 따라 수업을 듣지 않은 신입생을 일괄 유급시켰다”며 “질병, 임신과 출산, 병역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르 제외하면 반드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그간 증원 후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 제시를 요구해 온 대한의사협회는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의대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을 추진한 인사에 대한 문책이 동반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메디스태프 등 의료인 커뮤니티에서도 “여론 무서웠으면 작년에 돌아갔어야 한다”, “모집인원만 바뀐 것뿐이지 정원은 5058명 그대로” 등 복귀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