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제1기 집권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동맹 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양국 관계가 “서로를 지켜주는 동맹”이라는 말로 트럼프의 언급을 잠재운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좋은 관계지만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과의 사이에서 경제적 부를 쌓았다”면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일본은 우리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도대체 누가 이런 딜을 맺었느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평화 안전 보장에 의해 일본을 지키기 위해 일·미는 모든 사태에 대해 끊임없이 서로 도울 수 있게 됐다”며 아베 총리가 했던 것처럼 ‘상호’ 이익을 강조했다. 강력한 미·일동맹으로 인해 ‘억제력’이 향상됐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전후 가장 혹독하고 복잡한 안전보장 환경 속에서 일본은 주체적으로 억제력, 대처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응을 부단히 검토해 계속해서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착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방위비 인상 요구를 대비해 방위력을 2027년까지 GDP(국내총생산)의 2%로 높여나갈 것이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이시바 총리 역시 미·일안보조약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으니 새롭게 트럼프 정권과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해 양국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일안보조약 제5조와 일본의 안전과 국제 평화·안전 유지를 위해 미국이 일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제6조를 언급했다. 미국이 일본 방어에 힘을 보태는 대신,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그러면서“일·미 동맹 억제력, 대처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일·미가 긴밀히 제휴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었던 이오지마(硫黄島)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과 함께 합동 위령식에 참석한 뒤 첫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